곽상필 등 지음 휴머니스트 발행·2만원
허공을 바라보는 혼자 사는 노인의 쓸쓸한 표정, 독자를 응시하는 듯한 혼혈인의 슬픈 눈빛, 굳은 몸을 애써 움직여보는 장애인의 처연하지만 아름다운 몸짓…. 사진은 순간을 포착하지만 절절한 사연과 기나긴 시간을 담고 있다.
곽상필씨 등 사진작가 9명의 작품을 국가인권위원회 기획으로 모은 사진집 '눈·밖에·나다'는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에게 렌즈를 들이댄다. "우리는 상황, 진실을 불러일으켜야만 한다. 이것은 인생의 리얼리티에 관한 시이다." 현대 사진예술의 살아있는 전설인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95)의 말처럼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은 눈 밖에 있는 사실을 눈 안쪽으로 끌어들인다. 장애인, 혼혈인, 외국인 노동자, 동성애자, 독거 노인 등 소외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모습을 그들의 삶의 현장에서 포착했다. 열 마디의 말보다 한 장의 사진이 오히려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녹내장을 앓고 있는 시각장애인 고교1년생 혜선이는 돋보기를 휴대폰 액정에 대고 문자메시지를 본다. 혜선이가 조금 남아있는 시력으로 그렇게 보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혼자 사는 방에서 허공을 응시하는 할머니. 할머니는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회상하는 것일까 아니면 집 나간 아들을 그리워하는 것일까.
대부분 흑백 인물 사진이다. 흑백 사진은 컬러 사진보다 오히려 인물의 표정, 내면을 더 잘 드러낸다. 작가 이재갑씨가 혼혈인의 모습을 그의 주민등록증 사진과 대비시켜 찍은 사진을 보면 더욱 그렇다. 여권 사진을 펼쳐 들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기자로 일하다 뇌졸중으로 쓰러져 그 자신 장애를 겪고 있는 곽상필씨가 찍은 지체장애인들의 사진에는 동병상련의 심정이 느껴진다.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위선을 폭로하면서 삶의 진실성을 담은 이런 사진들이 불편할 수도 있다. 별책 '이―편할―노무―세상'은 우리가 무심히 스쳐지나는 일상의 차별을 유쾌하게 풍자하는 칼라사진들을 따로 모았다. 책에 실린 사진들은 서울 인사동 덕원갤러리에서 16일까지 전시된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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