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 시절 군납업무를 주무른 실세라는 이원형 전 국방부 품질관리소장이 비리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그 시절 군출신 최고 실세인 천용택 전 국방장관이 수사대상에 올랐다. 해묵은 군납 및 무기도입 비리가 다시 사정 대상에 올랐지만, 바로 그 때문에 국민의 관심은 오히려 시들하다. 개그 용어처럼 자유당 때부터 지겹도록 듣고 겪은 군납비리가 새삼 불거진 것에 비분강개하거나 적폐가 해소될 것으로 믿는 국민은 많지 않은 것이다. 국가와 군을 좀먹는 군납비리를 척결하려면, 무엇보다 정권변화에 관계없이 비리를 배후에서 조장하고 묵인한 정치권력의 반성이 필요하다고 본다.오리콘 대공포 성능개량 등 이원형 예비역소장이 지난 정부시절 국방부획득정책관 등을 역임하면서 저지른 군납비리의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 비리가 자행된 4년 여 동안 내부 감찰과 기무사 등의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새롭지 않다. 정권이 새로 들어서면 군 최고 지휘관은 물론이고 감찰기관장과 군납 및 무기도입 실무책임자까지 온통 물갈이, 정책과 이권 및 감찰 라인이 송두리째 바뀌는 풍토에서 군납비리 몇 건을 까발리고 흘러간 실세 몇몇을 처벌하는 것으로 뿌리깊은 비리구조를 척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절망적 비리의 원천이 군 자체보다 정치권력에 있다는 것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인물의 면면과 출세 배경이 잘 일러준다. 군과 정치가 야합하는 이런 적폐는 군사독재 시절 두드러졌지만, 문민시대에 오히려 악화한 양상이다. 군의 정치개입이 사라진 대신, 국방문제의 전문성을 빙자한 군의 비리와 일탈에 대한 감독은 느슨해진 면이 있다. 오히려 정치권력이 군내부 비리를 눈감거나 공모하고. 그 이득을 나눠 챙기는 행태가 두드러진다.
군의 역할은 존중해야 하지만, 문민정부일수록 단호한 의지로 군을 단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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