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교통사고로 딸을 잃은 어머니가 딸의 결혼자금 전액을 딸의 모교에 장학금으로 내놓았다.1995년 충남 논산의 건양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이주현씨(사진)는 동화은행 공채시험에 합격해 주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서울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우수행원상을 받는 등 성실한 직장생활을 하면서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도 약속했다. 그러던 1998년 어느 날 저녁 퇴근길, 이씨는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스물 여섯의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결혼식을 한달 앞둔 시점이었다.
그 일이 있은 후 5년의 세월이 흐른 지난 4일, 이씨의 어머니가 죽은 딸의 모교인 건양대를 찾아왔다. 그리고 이 대학 김희수 총장을 만나 7,000만원을 내놓았다. 그 돈은 이씨가 생전에 월급을 타서 결혼자금을 장만하기 위해 꼬박꼬박 적립했던 몇 개의 적금에다 퇴직금 및 보험금 등을 보탠 것이다. 이씨가 숨진 뒤에는 어머니가 대신해서 적금을 부었고, 드디어 만기가 되어 돈을 찾았다는 것. "딸의 숨결이 배인 돈을 제가 마음대로 쓸 수가 없었어요. 저 세상에서 천사가 되어 있을 주현이가 후배들에게 주는 아름다운 선물로 생각하고 받아주세요." 이씨 어머니의 이런 말에 김 총장도 "이런 돈을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이씨의 어머니는 자신의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했고, 감사패도 사양했다.
건양대는 '이주현 장학기금'을 만들고, 내년 봄에 교내에 이씨를 기리는 작은 비석을 세우기로 했다. 이씨의 은사인 허은숙 교수는 "건양대 1회 졸업생인 주현이는 체구는 작지만 아주 당찬 학생이었다"며 "묵묵히 열심히 공부하더니 지방대 학생에게 문턱이 높은 시중은행에 당당히 합격해 후배들에게도 희망을 주었다"고 회상했다.
/논산=전성우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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