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후 이라크 재건사업 입찰과정에서 수차례 특혜의혹으로 구설에 올랐던 미 에너지·건설업체 핼리버튼사가 군과의 계약 이행과정에서 1억 2,000만 달러 상당의 비용을 과다 청구한 사실이 적발됐다고 미 국방부가 11일 밝혔다.이날 국방부 고위 관계자와 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 주둔 미군과 석유 공급 및 각종 병참지원 계약을 맺은 핼리버튼의 자회사 '켈로그, 브라운 앤 루트'(KBR)는 그동안 미 육군 공병단에게 쿠웨이트산 석유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통상 가격보다 6,100만 달러가 비싼 액수를 청구해 지급받았으며, 식료품 공급 과정에서도 6,700만 달러를 과다 청구했다가 거절당했다. 이 같은 사실은 국방부 산하 '국방계약회계감사국'(DCAA)의 KBR에 대한 회계감사 결과 밝혀졌으며, 이에 따라 DCAA는 국방부에 "KBR에 변상을 요구할 것"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측은 이날 KBR의 과다청구에 대한 명확한 증거자료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뉴욕타임스는 미 정부가 그동안 KBR에 석유 1갤런당 2.64 달러를 지급해 왔고, 이는 다른 대행사들의 공급 가격보다 두 배 이상 비싼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핼리버튼측은 "전투 지역을 뚫고 수송해야 하는 위험 부담을 감안할 때 다소 높은 청구액은 적절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동안 "핼리버튼의 재건사업 수주 독점은 공화당과 연줄이 좋은 기업에 정치적 이익을 분배하는 것"이라고 비판해왔던 민주당측은 즉각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헨리 왁스먼 의원(캘리포니아)은 "이번 회계감사는 그동안 핼리버튼이 어떻게 납세자를 기만했으며 백악관이 이를 비호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라크 재건사업의 총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들은 이날 "핼리버튼 파문이 미 행정부의 반전국 이라크 재건사업 참여 거부로 인한 갈등이 높아지는 미묘한 시기에 나왔다"며 일제히 주요기사로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전체 156억 달러 규모의 국방부 수의계약 사업 가운데 최대인 50억 달러 어치를 따낸 핼리버튼의 이번 과당청구 파문은 재건사업 전체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프랑스, 독일, 러시아, 캐나다 등 이라크전 반대국들을 미국이 자금을 지원하는 180억 달러 규모의 재건사업에 참여시키지 않겠다는 정책을 다시 한번 천명했다. 그는 그러나 "이라크의 미래를 위해 부채탕감이 중요하다"며 반전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이라크 부채를 탕감을 호소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 핼리버튼사는
딕 체니 현 부통령이 1995년부터 2001년 대선에 출마하기 직전까지 대표이사 회장을 지냈던 에너지·건설업체. 2001년 경쟁입찰을 통해 미 육군과 병참지원 계약을 맺었으나 지난해 말부터 수의계약으로 막대한 규모의 추가 사업을 따내 부시 행정부와의 특수 관계를 의심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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