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쿨란스키 지음·이은영 옮김 산해 발행·1만2,000원
한때 감자는 대표적 알칼리 식품이자 다이어트 식품이었다. 하지만 최근 다이어트 가이드에서 더 선호하는 것은 고구마다. 고구마가 섬유질이 많은 반면 감자는 전분화되기 쉬운 탄수화물이 많아 살찔 위험이 많다는 것이다. 식품 자체의 영양소는 변하지는 않지만, 그것을 해석하고 기호로 만드는 것은 당대의 사회적 흐름, 그리고 유행이다.
마크 쿨란스키의 '음식사변'은 기원전 5세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플라톤, 헤로도투스, 발자크, 프루스트 등 철학자와 문호의 에세이를 통해 음식과 미각에 대한 '사변'이 어떤 궤적을 밟아왔는지를 보여준다.
음식에 대한 생각은 신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견만큼이나 다양하다. 기원전 2세기의 책 '벤시라의 지혜'에서는 '불면증 소화불량 복통은 폭식가의 운명이니 만약 만찬장에서 도저히 과식을 피할 수 없다면 안 보이는 곳으로 가서 토하고 편안함을 찾으라'고 했으나, 19세기 프랑스는 폭식가로 인해 기사회생했다. 나폴레옹전쟁 이후 1815년 11월조약이 체결되며 프랑스는 유럽 연합군에게 3년간 7억5,000만 프랑을 지불해야 했다. 하지만 프랑스의 고급 요리에 눈먼 영국인 독일인 훈족 스키타이인들이 몰려들어와 엄청난 폭식으로 오히려 프랑스 국고를 든든하게 해주었다. 1835년 법률가 사바랭은 '미각의 생리학'에서 "마른 여성들은 포동포동 살찌고 싶어한다"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어떻게 먹어야 살이 찌는지 조목조목 설명한다.
고기 생선 과일 채소 향신료 음료 등 익숙한 재료에 대한 설명과 철학적 사변으로 차린 이 책의 성찬이 푸짐하다. 소크라테스는 "요리는 기쁨과 쾌락을 만드는 것"이라 했는데, 요리에 관한 사변 역시 같은 즐거움을 준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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