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으로 '무풍지대'에 놓여있었던 노무현 후보 선거캠프의 불법 대선자금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그것도 노 대통령의 최측근인 '좌(左) 희정 우(右) 광재'의 개입 양상이 드러나 파괴력이 엄청날 전망이다.노 후보 캠프측의 불법자금 모금과 관련, 그동안 베일에 가려있던 '뉴 페이스'는 일단 안희정씨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 서정우 변호사와 같은 역할을 한 노 캠프측 인사를 '뉴 페이스'로 지칭해 왔다. 안대희 중수부장은 "뉴 페이스가 안씨냐"는 질문에 "양당 공히 대선자금을 만진 사람은 여러 명 있지 않느냐"고 말해 안씨가 적어도 뉴 페이스 중 한 명임을 인정했다.
검찰은 "안씨에게 1억원을 줬다"는 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의 진술을 계기로 삼아 안씨를 소환했지만 그의 소환은 오래 전부터 예정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이광재씨의 1억원 외에도 불법 선거자금 개입 혐의가 있다"고 밝힌 것은 안씨가 지난 대선 당시 노 캠프측 불법자금 모금의 주요 창구로 활동한 단서를 포착했음을 시사한 것이다. 안씨가 모금 창구로 나선 것은 한나라당에 돈을 댄 기업들이 일반 정치인들을 믿지 못해 이회창 후보의 최측근인 서 변호사를 통한 것과 비슷한 이유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노 후보의 왼팔인 안씨를 통할 경우 '배달사고'의 우려가 없고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 노 후보 캠프의 불법 대선자금 규모와 관련, 검찰은 이날 "상당액에 이른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25일 후보 단일화 이후 노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보험 들기'에 나섰고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막대한 자금이 흘러 들어왔다는 것이 당시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이광재씨가 썬앤문에서 받은 1억원에 대해 검찰은 사실관계를 확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일단 이씨를 귀가 시켰다. 검찰은 "정치자금으로 돈을 받아 안씨에게 전달했을 뿐"이라는 이씨의 주장에 의문을 갖고 있지만 이를 반박할 만한 물증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고작 1억원을 받아 전달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수백억원을 받은 나머지 정치인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검찰의 영장청구를 주저케 했다. 그러나 의혹은 그대로다. 검찰 조사결과 1억원이 당에 입금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안씨가 1억원을 받은 것이 사실이라면 이를 대선자금으로 쓰지 않고 별도 관리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식으로 당에 전달하지 않고 관리한 비자금은 상당한 규모로 추정된다. 어떤 목적에서 돈을 따로 관리했는지, 대선잔금으로 남아있지 않은지, 사용됐다면 용처는 어딘지 등이 밝혀져야 한다.
일각에서는 이 돈 중 일부가 대통령 측근들의 사적 용도에 사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1억원을 둘러싼 의문은 안씨에 대한 검찰 조사가 마무리된 이후에야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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