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동북아 금융 허브 추진 로드맵'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우리나라를 도쿄 홍콩에 버금가는 아시아 3대 허브로 발전시키겠다는 이 계획은 자산 운용업 중심의 특화가 주요 전략이다. 주변여건과 현재의 우리 금융수준 등을 감안하면 이 전략의 방향은 제대로 잡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좀 더 살펴보면 문제점이 적지 않다.이번에 정부가 제시한 7대 과제 중에서 한국투자공사(KIC) 설립방안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은 선언적인 것들이다. 연기금 위탁비율 확대에서부터 동북아 부실채권 구조조정 사업 주도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에 걸쳐 광범위하다. 하지만 확실한 비전과 실천방안 등이 부족하다. 이런 정도의 수준에서 과연 외국 금융기관들이 얼마나 관심을 보일지 알 수가 없다. 금융 허브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고, 그나마 실현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이번 로드맵의 핵심인 KIC도 처음부터 그리 매끄럽지가 않다. 설립 자체를 둘러싸고 정부와 한국은행 사이에 갈등이 있었고, 앞으로도 순항을 낙관할 수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본적인 외화자산 운용 방식에 대해 양측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은은 보유 외환을 단지 위탁한다고 하고 있고, 정부는 KIC가 책임지고 운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KIC 계획이 제대로 추진될지 의문이다. 논란이 많았던 사항들에 대해 충분한 토론과 합의가 부족해 예상치 못했던 후유증이 일어날 우려도 있다.
금융 허브는 우리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 장기 추진과제여서 각종 변수들이 많다. 때문에 이번 로드맵이 계획대로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책의 일관성 투명성을 높여 국제적인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점을 정부는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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