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젖은 햄버거를 먹더라도 메이저리그로 갔어야 했는데…." "이승엽이 그 정도로 겁쟁이인줄 몰랐다. 국민타자라는 이름을 거둬들여라." 이승엽이 일본프로야구 퍼시픽리그의 지바 롯데 마린스 입단을 공식 선언한 후 하루가 지난 12일에도 한국야구위원회(KBO)등 관련 인터넷 게시판에는 네티즌들의 비난글이 이어졌다. 심지어 한 네티즌은 "한국야구의 자존심 어쩌구 하더니 결국은 돈에 팔려가는 용병이었군…"이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이 대목에서 팬들의 아우성을 '지나치다'고만 내치기는 어렵다. 이승엽은 당초 미 메이저리그에 입성하려 했지만 '푸대접'을 이유로 포기하고 때마침 최대 130억원이 넘는 거금을 앞세운 일본측의 러브콜을 받아들였다. 그가 평소 빅리그 행을 소리 높여 외쳐왔다는 점에서 일본행은 '정도'로 볼 수도 없다. 이승엽은 결국 메이저리그 직행, 국내 잔류, 일본행이라는 3가지 갈림길에서 팬들이 가장 싫어한 일본을 선택한 셈이다.
때문에 이제부터 이승엽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이승엽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일본으로 가지만 2년후에는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했다. 일본을 미국행의 징검다리로 삼겠다는 각오로 풀이된다. 이승엽이 이 각오를 현실화시키지 못할 경우 돈에 팔려간 용병이라는 '누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 경우 이승엽을 예의주시해온 야구계의 후배는 물론 꿈나무팬들에게 미칠 부정적인 영향도 예상할 수 있다.
이승엽은 이제 야구를 처음 시작할 당시 보다 더 독한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주문하고 싶다. 그의 꿈 실현여부는 개인 차원을 넘어 '아시아홈런킹'이 메이저리그로부터 2부리그 수준으로 평가될 만큼 추락했던 한국스포츠의 자존심을 다시 세우는 일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최형철 체육부 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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