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금강고려화학)가 현대엘리베이터를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이 12일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짐에 따라 15∼16일로 예정됐던 현대엘리베이터 국민주 공모가 무산됐다.하지만 무상증자(주당 0.28주)는 예정대로 31일 실시키로 했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간 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관련기사 A12면
수원지법 여주지원 민사합의부(재판장 이경춘 지원장)는 12일 "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의 신주 발행 계획은 경영권 분쟁상황에서 회사 경영을 위한 자금조달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기존 대주주 및 현 이사회의 경영권 방어목적으로 이뤄졌다는 KCC측 소명자료가 충분히 인정된다"며 "이에 따라 현대엘리베이터의 1,000만주 신주 발행을 금지한다" 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신주 발행이 이뤄지면 김문희씨측 지분율이 떨어지지만, KCC 지분율도 대폭 하락해 신주인수권 침해로 인한 손해와 주가하락 위험 이외에도 주주로서의 이익을 침해 받고 대주주 지위도 약화하는 등 불이익이 많다"며 "경영권 방어 자체가 회사와 일반 주주에게 이익이 되는 경우 예외적으로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배제한 신주 발행이 허용되지만 이번 신주발행은 그런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증권거래법에 따르면 경영상 필요가 있어야 신주발행이 허용되는데도 현대엘리베이터는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일반공모 증자의 방법으로 대규모 신주발행을 계획했다"고 밝혔다. 법원의 결정이 내려진 후 현 회장측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되 국민 기업화 추진은 지속하겠다"고 밝혀 절차상의 문제점을 보완해 유상증자를 재추진할 의사를 거듭 밝혔다.
그러나 정 명예회장측이 이번 법원 결정을 근거로 사모펀드와 뮤추얼펀드 지분 20.63%에 대한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을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할 것으로 알려져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은 앞일을 예상할 수 없는 복잡한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유상 증자 무산 소식이 알려진 후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가격 제한 폭까지 치솟는 등 관련 주들이 대폭 상승했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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