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증·정전기나는 인체를 외부로부터 보호하는 최전선의 지킴이입니다. 겹겹의 층으로 이루어진 나는 병원균의 침투를 막고, 체온도 일정하게 유지하지요. 내가 누구냐구요? 바로 피부입니다.
하지만 겨울철은 내게 큰 위기의 계절입니다. 3,000볼트의 고압 전류가 일순간 흘러 여기저기서 번쩍번쩍 불꽃이 튀고, 건조해진 대기로 수분이 쪽쪽 빠져나가면서 가려움에 시달리죠. 가려움이 염증으로 번지기도 합니다. 겨울이면 내 겉을 둘러싸는 양모(羊毛)는 또 어떻구요. 모직은 나를 자극해 가뜩이나 가려운 곳을 더 긁게 만들죠. 이 모든 문제가 왜 일어나느냐구요? 건조가 바로 범인입니다.
▶ 피부건조증
이맘때쯤 시작되는 피부 문제는 바로 건조증이다. 대기 자체가 건조하고, 실내에선 난방을 하기 때문에 피부 각질층에서 수분이 빠져나간다. 심하면 온몸이 가려워 잠을 못 이루고 긁다가 온통 벌개지는 경우도 있다. 나이가 들수록 피부의 피지선에서 지방질 분비가 줄어들어 건조증이 심하며, 건성 습진이 생길 수 있다. 또 아토피 피부염이나 건선 등 피부질환이 있는 경우 증상이 악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역시 피부 건조가 한 몫 한다.
피부 건조증을 막으려면 피부에 부족한 수분을 보충해줘야 한다. 목욕을 매일 하거나 때를 박박 밀면 각질층이 제거돼 피부 건조를 더욱 부추긴다. 부드러운 목욕 수건으로 밀고 비누도 자극이 적은 순한 것을 쓰는 게 좋다. 또 목욕 후 가볍게 닦아 물기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피부 보습제를 바르면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할 수 있다. 실내에선 가습기로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 정전기
피부는 옷과의 마찰 등으로 늘 전하가 흐른다. 평소엔 수분이 전하를 나르는 도체가 되어 방전되지만 건조할 땐 전하가 한 곳에 머물러 있다가 자동차 문이나 옷, 다른 사람의 손이 닿는 순간 일시에 옮겨간다. 이것이 정전기다. 손끝이 찌릿할 정도의 정전기는 3,000볼트가 넘는 고압이지만 전류의 양이 극도로 미미하기 때문에 건강상 별다른 문제는 없다.
정전기의 주범은 피부 건조. 특히 정전기는 손에서 가장 많이 일어나므로 핸드 크림이나 로션을 가지고 다니며 자주 발라주는 것이 좋다. 이밖에 옷을 빨래할 때 정전기를 줄여주는 섬유 유연제를 넣거나 정전기 방지 스프레이 등을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머리를 감을 땐 샴푸 후 린스를 잊지 않도록 한다. 털옷보다는 면옷이 정전기가 적으며 옷을 걸어둘 때도 옷 사이사이 신문지를 끼워두거나 털옷과 면옷을 교대로 걸어놓는 것이 좋다.
▶ 의복에 의한 피부염
양모는 간혹 자극성 접촉 피부염을 일으켜 피부를 가렵게 만든다. 또는 옷의 원단에 쓰인 염료 중 크롬성분이나 직물 가공에 첨가되는 포름알데히드형 합성수지가 피부염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은 큰 문제를 낳지 않지만 땀이 많이 흐르면 땀에 이러한 성분이 녹아내려 빨갛게 붓거나 가려워지는 일이 있다.
특히 피부가 건조하거나 아토피가 있는 경우 새 옷을 입기 전 한번 빨아입고, 문제를 일으키는 옷은 피해야 한다. 면으로 된 속옷을 챙겨입고, 옷을 너무 꽉 조이지 않게 입는 것도 요령이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도움말 한양대병원 피부과 노영석 교수
/평촌성심병원 산업의학과 주영수 교수
■가려움증
겨울철 가려움이 심해지면 민간요법도 극성을 부리지만 가려움에 특효인 민간요법은 없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서대헌 교수는 “민간요법은 별 근거가 없다”며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할 순 있지만 결국 가려움증을 더욱 악화시킨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이 온천욕. 아토피를 앓는 아이 때문에 온 가족이 온천을 다니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의학적으로 아토피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입증된 바 없다. 서 교수는 “온천수에 많은 유황 성분이 항염작용을 할 수 있으나 함량이 많지 않아 피부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천수에 섞인 각종 미네랄 성분도 마찬가지다.
다만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신진대사를 활성화하는 안정 효과는 있다. 대신 온천욕을 과도하게 하면 각질층이 제거돼 더욱 건조해지므로 목욕 후 보습제 바르기를 잊지 말아야 한다.
소금 목욕은 건조한 피부엔 금물이다. 무릎 발 등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소금 또는 소금비누를 쓰는 경우가 있는데 삼투압 효과로 피부의 탈수를 오히려 부추긴다. 식초 탄 물도 간혹 쓰이는데 이는 일시적으로 가려움을 없애는 것일 뿐 피부에 자극을 주어 상태를 악화시키기 쉽다.
건조가 심해 피부염, 습진이 왔거나 아토피가 악화한 경우 보습제, 항히스타민제, 면역억제제, 스테로이드제 등 적절한 치료제를 전문의로부터 처방받아 사용하는 것이 정답이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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