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추위의 기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추위의 기개

입력
2003.12.12 00:00
0 0

"내일 기온이 많이 떨어져 춥습니다. 강원도 산간지방엔 눈이 내리는 곳도 있겠고, 대관령은 영하 16도까지 내려갈 것 같습니다."텔레비전 뉴스 끝, 기상 예보 시간에 이런 소리를 들으면 나는 누웠다가도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그러면서 '춥구나' 하는 생각보다 먼저 '야, 신나겠구나'하는 생각을 한다. 그 산 아래에서 자라고, 그 산 위에서 두 해의 겨울을 보낸 추억 때문이다.

마당가에서 세수를 하고 방으로 들어가기 위해 문고리를 잡았을 때, 내가 문고리를 잡은 게 아니라 문고리가 오히려 내 손을 잡아채듯 한 순간에 물 묻은 손과 문고리가 함께 버썩 얼어붙던 그 손끝의 기억이 아직도 그 시절의 눈 고장을 추억하게 하는 것이다. 그 많고도 많은 눈 위에서 우리가 탈 썰매를 우리가 직접 만들던 손끝의 추억이 아직도 그 추위를 축제처럼 기억하게 한다.

도시의 추위는 아이들을 움츠러들게 만들지만, 산촌의 추위는 아이들을 그 추위만큼이나 맹렬하게 만든다. 상상해 보라. 대관령 꼭대기에서 그 눈발을 딛고 서서, 저 멀리 태평양을 향해 연을 날리는 아이들의 기분을.

어른이 되어 우리는 그것을 '추위의 기개'라고 불렀다.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