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올마이티만약 일주일 동안 신이 된다면 제일 먼저 뭘 하고 싶은가.‘브루스 올마이티’(Bruce Almighty)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코미디 영화다. 질문은 계속된다. 신이 있다면 피부색과 목소리는 어떨까. 또 사람에게는 어떻게 연락을 할까. 이런 궁금증을 품었던 사람이라면 짐 캐리와 함께 100분 동안 신이 되어 볼 만하다.
앵커가 되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모든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 미국 버팔로의 TV 리포터 브루스. 그가 신을 저주하자 하느님이 출연한다. 여기 나온 하느님(모건 프리먼)은 검은 피부에, 빌딩 청소를 즐겨 하며, 삐삐로 연락을 한다. 그는 피곤하다며 브루스에게 1주일 간 우주 통치를 맡긴다.
브루스는 생방송 도중 라이벌 앵커의 혀를 꼬이게 하는 등 신의 권능을 마음껏 써보지만 과연 좋은 일만 생길까. 당장 야후 사이트로 밀려 들어오는 세상 사람들의 기도를 어떻게 들어줄 것인가. 진부한 교훈극을 기품 있는 코미디로 풀어가는 솜씨가 볼 만하다.
흑인 하느님이란 백인 배우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설정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미국에서만 2억4,000만달러를 벌어 대성공을 거뒀다. 감독 톰 새디악. 12세관람가.
이종도기자 ecri@hk.co.kr
패밀리맨
조물주가 어떤 모습일까? ‘패밀리맨’에서 주인공의 운명을 바꾸는 사람은 상식적인 ‘조물주’와는 다른 존재이다. 월스트리트에서 성공한 투자전문가 잭 캠벨은 펜트 하우스에 살며, 페라리 550M을 타고, 제냐 양복을 입는 등 최고급 생활을 누리고 있는 남자다.
그는 복권을 바꾸러 왔다가 강도 취급을 받는 캐쉬(돈 치들)를 도와 준다. 캐쉬가 “원하는 게 무엇이냐”고 묻자 잭은 “원하는 게 없다”고 답한다. 과연 잭에게는 부족한 게 없었을까? 다음날 아침 잭은 13년 전에 헤어진 연인 케이트의 남편으로 잠에서 깨어나고, 아이 둘과 행복한 가정을 꾸리지만 타이어 외판원이라는 초라한 직업인으로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캐쉬는 거리의 부랑아의 모습을 한 조물주, 혹은 요정이었다. 그는 아무리 성공해도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없으면 아무 것도 이룬 것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소박한 진리를 안겨 주었다. 그는 ‘올마이티’에서처럼 ‘올마이티’(전능)하진 않지만 인간에게 던진 메시지는 다를 바 없다.
‘패밀리 맨’은 지나치게 ‘가정’의 미덕을 강조하는 바람에 낡은 도덕 교과서 같은 느낌을 주지만, 영화에서 구현한 ‘흑인 조물주’의 이미지는 매우 파격적이다. 물론 할리우드 영화가 수십 년 간 쌓아온 흑인이나 유색인종에 대해 편견을 한꺼번에 상쇄하기는 부족하지만 말이다. 감독 브렛 레트너. 15세 관람가.
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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