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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바다경영으로 눈 돌려야

입력
2003.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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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과학기지 조난 사건 소식이 연일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이번 보도에서 신문들은 한결같이 세종기지가 속해있는 한국해양연구원(KORDI)을 소개하고 있다. 사건기사에서 해당 기관을 소개하는 것이 잘못된 일은 아니지만, 그만큼 평소에 일반 시민들에게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해양연구원이 올해로 꼭 30주년 되는 해에 이 같은 불행이 터졌다.해양연구원 뿐 아니라 해양수산과학관, 해양수산개발원 등에는 많은 젊은 박사급 과학자들이 묵묵히 바다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기초과학 천시는 해양분야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그 좋은 실력을 가지고도 충분한 대접을 못 받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물동량의 대부분은 해양으로 오고 간다. 이 순간에도 북양의 거친 파도를 헤치면서 원양어선들이 명태를 잡고 있다. 컨테이너공단에서는 부두 노동자들이 땀 흘리고 있으며,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밤을 지새우고 있다.

남해안 강진바닷가에서 20년 가까운 세월을 귀양살이로 보낸 정다산은 일찍이 '다도해 경영론'을 갈파한 바 있다. 변방의 남도들을 잘 챙기면 보물들이 구름처럼 일어날 것이란 해양정책 비전을 '경세유표'를 통하여 제시하였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당 시대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바다를 천시하면서 세계화를 부르짖을 수 없는 일. 이참에 해양수산부도 자체 반성을 해야 한다. 해양의 중요성을 알리는데 과감히 발벗고 나서야 한다. 영국에서는 왜 수많은 해양소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을까. '15소년 표류기'같이 어린이들에게 해양으로 열린 꿈과 도전을 가르치는 평소 훈련이 사회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반면 우리는 해양문화재단 같은 공익재단이 있기는 하지만 턱없는 예산으로 제 할 일도 못하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해양문화의 대대적인 확산으로 육지중심에서 해양중심 사고로 전환해야 마땅하다. 이번 사건처럼 일 터질 때만 주목 받아서야 되겠는가. 바다를 백방으로 이해시키는 작은 일부터 시작하여 해양문화의 저변을 바다처럼 깊고 너르게 확산시켜야 한다. 인식의 저변확대를 통해서만 '미래의 바다'가 담보될 것이다. 남극바다는 사실상 '총성 없는 전쟁터'이다. 조난구조의 끈끈한 인간애가 아름다운 미담이라면, 자국이해 중심의 국제경쟁이 반대편에 숨어있다. 온 국민이 바다를 진정 이해하고 사랑하는 일, 그런 뒷일을 부탁하고 한 젊은이가 떠난 것만 같다. 젊은이의 애절한 죽음에 관하여 이제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답할 것인가.

주 강 현 한국민속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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