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1일 정치권을 상대로 대선자금 내역의 공개를 요구한 것은 한나라당의 '편파 수사' 주장에 맞선 역공세로 볼 수 있다.안대희 중수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정치권의 자발적인 '고해성사'를 촉구하면서 "기업을 상대로 한 수사에서 다 밝혀진 다음에 이뤄지는 진상공개는 의미가 없다. 그것은 공개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또 "사전공개가 이뤄져야 검찰로서도 처벌 범위 최소화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정치권에 대한 '압박'이나 다름없는 말로, 비록 정치권 일반을 지칭하긴 했지만 실은 한나라당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안 부장은 "수사에 최대한 협조한 후 편파수사를 말하는 것은 좋다"고 전제한 뒤 "최돈웅 의원은 오늘도 출석을 거부했고 체포영장이 발부된 당 재정국 관계자들은 행적이 묘연하다"며 한나라당의 '비협조'를 겨냥했다. 그는 "다른 당 수사에서 큰 돈이 안 나왔다는 이유로, 또 지은 죄에 대한 반성도 없이 편파수사를 주장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문효남 수사기획관도 옆에서 거들었다. 문 기획관은 "부분만 보고 의지가 있다, 없다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우리도 사람이어서 심정이 상할 때가 있으며 수사팀에 아예 신문과 방송을 보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검찰의 '강성기류'는 한나라당의 정치 공세에 밀려서는 안 된다는 전략적 고려에 바탕 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이미 도덕성에 깊은 상처를 입은 한나라당과의 명분 싸움에서 결코 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12일 최 의원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키로 한 것도 이 같은 기류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정이 무엇이든 수사의 한 축인 민주당 불법 자금 수사에서 별다른 성과가 없는 것처럼 비쳐지는데 대해 검찰은 부담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광재씨 등 대통령 측근들이 다 검찰에 불려 나왔는데 무슨 소리냐"는 것이 검찰의 항변이지만 불법 자금 400억원이 드러난 한나라당에 비하면 너무 '약해 보인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안 부장은 "민주당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 중이며 한나라당 서정우 변호사와 같은 역할을 한 민주당의 '뉴 페이스'를 공개할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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