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커피숍, 밤에는 생맥주 집으로 바꾸는 가게가 유행이다. 회사 외에 자기 일을 하나 더 하는 '투잡스 족'이란 말도 낯설지 않다. 뮤지컬에도 이 바람이 옮겨온 것일까. 한 극장에서 낮과 밤에 각각 다른 뮤지컬이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 '명성황후' 제작사인 에이콤 인터내셔날은 서울 올림픽공원 한얼광장에 설치한 텐트극장 '빅탑'에서 가족뮤지컬 '둘리'와 뮤지컬 '페임'을 함께 올린다. '둘리'는 내년 1월4일까지 공연하고, '페임'은 23일부터 흥행 성적을 봐 가며 폐막 날짜를 결정하는 오픈 런 방식이다.텐트극장 '빅탑'은 에이콤이 호주에서 20억원을 들여 구입한 것으로 하룻만에 설치와 철거를 끝낼 수 있어 지방 공연에 유리하다. 2001년부터 '둘리'를 공연한 에이콤은 올 여름 분당에서 '빅탑'으로 '둘리'를 선보인 바 있다. 현재 잠실운동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캣츠'도 설 앤 컴퍼니의 설도윤 대표가 호주에서 임대한 '빅탑'을 이용해 장기공연에 나서 있다.
텐트지만 냉난방이나 화장실 설비가 돼 있어 웬만한 공연장에 뒤지지 않는다. '둘리'는김수정의 원작 만화 캐릭터가 그대로 등장한다. 얼음 속에 갇힌 아기공룡 둘리가 2003년의 한국에 와서 겪는 에피소드로 고길동, 또치, 도우너, 마이콜 등 아기자기한 캐릭터가 돋보인다. 크리스마스에 맞춰서 여름의 우산 장면 대신 산타 마을로 배경을 바꾸는 등 부분적으로 손질을 했다.
'명성황후'를 만든 에이콤의 윤호진 대표가 직접 연출하고, '둘리' 애니메이션의 음악을 담당한 김동성씨가 뮤지컬 음악을 맡아 익숙한 곡을 들을 수 있다. 왜소증 장애인인 황세영, 정동 형제가 이번에도 둘리 역을 맡았다. 공연은 화∼금요일 오후 2시. 3만∼4만원.
'페임'은 미국 최고의예술학교 '라구아디아'의 이야기를 다뤘다. 동명의 영화를 1995년 뮤지컬로 만들어 런던에서 초연했다. 미완의 대기인 신입생들이 학교에 입학하는 장면에서 시작해 스승과의 갈등과 정, 스타를 꿈꾸는 학생들의 열정과 사랑, 좌절과 방황 등 사춘기의 성장을 그렸다. 이들은 졸업을 앞두고 주제곡 '페임'을 열창한다.
가수 출신들이 대거 출연한 것도 눈길을 끈다. 쏘냐가 주인공 카르멘 역을 맡고, 버블 시스터즈의 멤버인 김수연이 메이블 역을 맡았다. 19일부터 21일까지는 프리뷰 공연. 3만∼5만원. 1588―7890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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