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아랫목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그렇다고 실내에만 틀여박혀 있으면 몸이 굳어진다. 이럴 때일수록 적당한 나들이는 보약이다. 하지만 차에서 시간을 낭비하는 여행은 꺼려진다. 북한강 드라이브에 나선다. 평소 주말이면 엄청난 인파로 교통체증을 빚는 곳이지만 겨울초입엔 한결 사정이 나아진다.금강산에서 발원한 북한강은 화천, 춘천, 가평, 청평을 지나 양평군 양수리에서 남한강과 합류한다. 양수리는 남한강과 북한강 두 물이 만나는 머리지점이라고 해서 두물머리라는 산뜻한 이름으로 불린다. 이곳에서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북한강 드라이브를 시작한다. 굳이 멀리 갈 필요는 없다. 주말이면 막히는 구간이 적지않기 때문에 돌아오는 시간도 감안해야 한다. 하루코스라면 두물머리-청평-가평-남이섬까지 갔다가 차를 돌리는 것이 적당하다.
여행방법은 2가지. 북한강을 따라 양쪽으로 길이 나있다. 북한강 서쪽길은 45번 국도로 남양주, 동쪽길은 363번 지방도로 양평군에 속한다. 대성리부터는 가평군이다. 또 남이섬으로 들어가는 선착장은 가평군이지만 남이섬은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에 속한다. 두물머리에서 시작하면 동쪽길을 따라 갔다가 서쪽길로 내려오면 된다.
▲ 오전 8시 출발
서울 강북에서 출발한다면 양평으로 가는 6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팔당터널을 지난다. 남양주시 조안면에서 45번 국도로 진입한 뒤 북진하다가 양수교방향으로 우회전, 다리를 지나 200㎙ 가량 가면 두물머리로 가는 소로와 만난다. 강남에서는 하남시 미사리를 지나 팔당댐을 건너 45번 국도와 만난 뒤 양수교를 건너면 된다.
고속도로를 타려면 중부고속도로 하남IC에서 팔당대교를 지나 6번 국도와 합류하거나, 경안IC에서 45번 국도를 따라 팔당댐을 건너도 된다. 양수교와 별도로 새로 건설된 양수대교도 있지만 이 도로를 이용하면 두물머리로 갈 수 없으니 주의해야 한다.
▲ 오전 9시30분 두물머리
수령 400여년의 느티나무 한그루, 강가에 놓여있는 황포돛대가 전부인 곳이다. 그러나 두 소품이 만들어내는 조화가 예사롭지 않다. 시간만 난다면 아침 일찍 서둘러 오면 강가에 피는 물안개도 만날 수 있다. 특히 이 일대는 새벽 여명때는 푸른 빛을, 저녁 석양때는 붉은 빛을 만들어내며 또다른 변신을 한다. 1990년대 중반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첫사랑’의 촬영장소로 더욱 유명해진 곳이다. 호젓한 분위기속에서 집에서 가져온 커피라도 한 잔 곁들인다면 금상첨화다.
▲ 오전 10시30분 서종카페촌 드라이브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서종면 문호리를 거쳐 수입리까지 이어지는 25㎞ 구간에는 아기자기한 카페촌이 늘어서있다. 왼편으로 북한강 전경과 강건너 남양주시 삼봉리 카페촌도 한 눈에 볼 수 있어 수도권 최고의 드라이브코스로 꼽힌다. 여름과 가을에는 수상스키, 모터보트 등 각종 수상스포츠를 즐기는 관광객으로 붐빈다.
길옆 카페들도 저마다의 특색을 자랑한다. 커피나 식사라도 하고 싶다면 이 일대 음식점들의 모임인 북한강 서종번영회가 운영하는 홈페이지(www.yangsoori.com)에서 정보를 미리 얻는 것이 좋다.
둥굴레(031-774-0361), 꽃피는 산골(772-8896), 초가집순두부(774-4612), 메종(774-4811), 사각하늘(774-3670), 서종가든(773-6035) 등이 유명하다.
▲ 오전 11시30분 가평 가일미술관
양수리를 지나 청평호수에 도착하기 전에 위치한 미술관이다. 올해 2월 들어선 가일미술관은 우연히 마주친,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준다. 3개의 전시장과 아트홀, 문화교실, 작업실 등을 갖추고 있다. 12월 한달동안 강애란, 김승연, 유권열, 손기환 등 국내 대표적인 판화작가 12인의 작품전을 접할 수 있다. 매주 화요일 낮12시 아트홀에서는 음악평론가 탁계석씨의 해설과 함께 하는 ‘정오의 살롱콘서트’가 열린다. 031-584-4722.
▲ 오전 12시 30분 청평호수에서 점심
가평군 대성리를 지나면 청평호로 접어든다. 1944년 청평댐이 만들어지면서 호수로 변했다. 규모만 580만평으로 분당신도시(590만평)와 맞먹는다. 여름엔 수도권의 대표적 피서지다. 호수주위에 조성된 드라이브코스가 멋지다.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 운전으로 쌓인 피로도 풀 겸 이쯤에서 식사를 한다. 어떤 음식을 먹느냐는 그다지 중요치 않다. 청평호수를 보면서 발길 닿는 곳으로 들어간다. 이 곳 역시 수많은 카페들과 음식촌이 들어서있다. 선셋크루즈(031-585-5793), 서호(584-0446), 하늘땅별땅(584-3384), 향촌(584-0660), 케니지(584-7064), 청평타워(585-8505).
▲ 오후 1시30분 청평호수 드라이브
식사를 즐겼다면 본격 드라이브에 나선다. 양평에서 시작된 363번 도로는 대성리를 지난 뒤 신청평대교를 건너 계속 이어진다. 다리를 건너지 않고 계속 가면 여주방향으로 연결되는 37번 국도와 마주치니 주의해야 한다. 곳곳에 수상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선착장이 있고 번지점프장도 여러 곳 있다. 호수를 끼고 솟아있는 산이 호명산이다.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관음사(031-584-8456)라는 절도 만난다. 이 곳에서 바라보는 청평호의 경치는 눈을 빼앗는다.
363번 도로의 끝이자 청평호의 마지막 지점인 외서면에서 75번 국도와 만나 다시 가평으로 접어든다. 5~6㎞ 가량 가다가 금대리 방향으로 나있는 도로로 바꿔 타야 북한강 드라이브가 계속된다. 이 곳부터는 주말에도 차량이 별로 많지 않은데다 경치도 빼어나 드라이브에 제격이다. 간혹 비포장도로가 있기는 하지만 운전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10㎞ 가량 드라이브를 즐기다 보면 어느 새 남이섬 선착장과 만난다.
▲ 오후 2시30분 남이섬
청평호가 청평댐으로 생긴 호수라면 남이섬은 청평댐으로 인해 생긴 섬이다. 약관의 나이에 천하를 평정하려고 한 남이장군의 묘를 모셨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지금도 섬안에 남이장군의 묘가 있긴 하지만 그것은 가묘이고 진짜는 경기 화성시 비봉에 있다.
80년대는 대학생들의 음악축제인 강변가요제로, 90년대는 최인호의 소설 ‘겨울나그네’를 촬영하면서 유명해졌다. 지금은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로 인기몰이 중인데 한류열풍에 매료된 대만, 홍콩 등 중화권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이국적인 섬이 됐다.
메타세콰이어, 백자작나무길, 은행나무길 등 오붓한 정취가 넘치는 산책로가 곳곳에 마련돼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도 유명하다. 미니열차, 자전거산책 등도 빼놓지 말아야 할 재미거리. 사랑을 얻고 싶거나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 바쁜 생활로 사랑을 확인하지 못한 부부들이 찾는다면 가슴 가득 사랑을 듬뿍 안고 돌아올 수 있다. 승선료와 입장료포함 5,000원, 주차료 4,000원. 031-582-2181.
▲ 오후 5시 귀가
해가 짧다. 돌아오는 길은 빠른 길을 택하는 것이 좋다. 선착장에서 가평읍내로 향하다가 경춘국도(46번 국도)를 탄 뒤 청평, 대성리를 되짚어 돌아온다. 여행길이 아쉽다면 남양주에서 45번 국도로 갈아 타고 내려온다. 강 건너로 서종일대 카페촌이 불을 밝힌다. 강바닥에 비치는 야경이 가슴을 저민다.
/북한강=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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