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감사관실은 물론, 기무와 헌병, 군 검찰 등 '4중' 사정시스템을 갖고 있는 국방부가 잇따라 터져 나오는 대형비리에 속수무책이어서 군의 '눈먼 사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군 대형비리 가운데 군의 자체 사정에 의해 적발된 것은 거의 없고 대부분 청와대 및 경찰 등 외부 기관에 의해 터져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이원형(당시 국방부 획득정책관) 전 품질관리소장이 뇌물수수와 차명계좌 개설(범죄수익 은닉) 등 혐의로 9일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의해 구속된 사건은 군 사정기능 마비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 소장이 약 4년간 군납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아왔는데도 방위산업 비리를 막아야 할 기무사는 경찰이 지난달 이 소장을 출국금지하고 구속한 뒤에야 장관 등에게 관련사실을 보고했다. 국방부 감사관실은 2001년 이미 이 소장 구속의 직접계기가 된 대공포 오리콘 성능개량사업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감사관실이 금품수수까지는 포착하지 못했다 해도 사업과정의 문제점을 집중 감찰했다면 최소한 비리가 계속되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국방부가 이 소장을 중앙인사위원회에 전력증강사업 책임자인 획득실장(차관보급) 후보로 추천까지 했다는 점이다.
4월에 터진 국방회관 수입금 횡령 비리사건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관리소장(군무원)이 예약인원을 줄이는 수법으로 4년간 3억여원을 횡령하면서 일정액을 매달 직속상관에게 상납까지 했는데 적발되지 않았다. 더구나 국방회관을 상시 담당하는 기무사와 합동조사단 관계자가 관리소장으로부터 촌지와 접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인사조치됐으니 "군 사정기관이 썩었다"는 말을 들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또한 국방부는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파문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부랴부랴 합조단에 수사를 의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밖에 6월 적발된 인천국제공항 외곽경계시설 공사과정 수뢰의혹도 경찰에 의해 포착됐고, 9월 전 합조단장(헌병총수)의 운영비(체포활동비) 전용 혐의도 정부 사정기관회의에서 제기돼 국방부로 '역통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비위를 적발하고도 묻어두거나 '옷만 벗기면 그만'이라는 식의 처리가 많아 군내 도덕 불감증이 위험수위에 달하고 있다"며 "군기 및 준법정신 확립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참여연대 이재명 투명사회팀장은 "민간인 등 외부인이 참여하는 상설감시기구 마련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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