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의 한국 나들이는 참 꾸준하기도 하다. ‘러브 레터’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극소수 예외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재미를 보지 못했건만, 줄기차게 개봉되는 걸 보면. 이번 주만도 화제작 2편이 동시에 선보인다.2002년 동경 국제영화제 폐막작, ‘바람의 검, 신선조’는 미처 보진 못했으니 넘어가기로 하자. 그저 ‘철도원’ 등의 인기작가 아사다 지로의 베스트셀러를 타키타 요지로(‘비밀’ ‘음양사’)가 영화로 옮겼으며, 그 유명한 히사이시 조가 음악을 연출했다는 기초 정보만 밝히자.
그런데 국내 모 인기 영화전문 사이트의 네티즌 평가가 장난이 아니다. 총 다섯 명이 모두 별 다섯 개 만점을 부여한 것이다. “또 다른 일본 영화의 획을 긋다” 등 칭찬 일색의 단평을 하면서.
반면, 2,0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일본 실사 영화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는 ‘춤추는 대수사선2’에 대한 그들의 평가는 완전 바닥이다. 별 한 개도 아까운 듯 대개가 마이너스 별을 주었다. 물론 2시간 20분 가까이 되는 영화가 다소 길게 비치긴 한다. 플롯 또한 다소 어수선한 감이 없지 않다. 과도한 계몽성도 거슬린다. 특히 일부 여성 캐릭터에 대한 극히 편협한 묘사는 상당히 거슬린다.
그럼에도 영화를 ‘최악’이라고 평하긴 무리일 성 싶다. ‘형사 블록버스터’이되 코믹 드라마라는 장르를 고려하면, 인정할 만한 미덕은 얼마든지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수선하긴 해도 여느 엉터리 영화들처럼 플롯이 엉망인 건 아니다. 극적 리듬이 부재하는 것도 아니다. 그다지 지루하지도 않다.
세련됨은 부족해도 인물들의 성격화나 출연진의 연기도 평균치는 웃돈다. 전체적으로 적잖이 유쾌하게 웃을 수 있고, 때론 일말의 감동도 맛볼 수 있다. 범인들의 정체와 연관해서는 단지 저들만의 것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을 시의성도 강하게 전달된다. 일본 사회의 지독한 관료성을 향한 신랄한 비판 역시도 통쾌하다.
언뜻 상기 네티즌들이 혹 코미디에 대한 어떤 편견을 지니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의문이 든다면? 영락없이 ‘할리우드판 투캅스’라 할 ‘호미사이드’에 대한 저들의 혹평 또한 ‘춤추는 대수사선2’를 뺨치기에 하는 말이다.
하기야 이 영화는 미국에서도 시쳇말로 흥행엔 죽을 쑤긴 했다. 하지만 미국인들이 그토록 사랑하는 영웅, ‘인디아나 존스’ 해리슨 포드가 한없이 망가지는 광경을 난생 처음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제법 볼만하다.
변신은 아름답기에. 60이 넘은 나이에 20대 중반의 젊은이 조쉬 하트넷(‘진주만’ ‘블랙 호크 다운’)에 뒤질 새라 고난도 코믹액션을 연기하느라 안간힘을 쓰는 노장의 모습을 지켜보며 세월의 무상함(과 위력)을 음미하는 맛이 결코 얕지 않다. 경찰이 요즘 세계적 트렌드가 되고 있다는 ‘투잡스’ 족으로 등장한다는 설정도 여간 흥미진진하질 않고….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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