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izza까망베르나 페타 치즈, 새우와 가리비 등 해물 토핑, 검은 깨 도우, 그리고 단호박 피자까지….
지름 13인치의 미학을 원조로 하는 피자가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재료인 치즈와 토핑은 물론, 굽는 방법까지 다양해지면서 피자의 맛은 물론 색깔, 문화까지 바꿔놓고 있는 것.
이름부터 색다르다. 페타 레인보우 피자, 더블 크러스트 씨푸드, 리치골드, 핫앤 스파이시 멕시컨 등 길고 긴 이름만으로는 그 정체를 제대로 알기도 힘들다. 두터운 밀가루 반죽에 토핑을 듬뿍 얹은 콤비네이션이나 수프림 정도가 전부이던 옛날의 상식으로는 더 이상 피자를 이해할 수 없는 단계에 왔다.
새롭게 변신한 피자의 맛을 비교해 보기 위해 일반 소비자들이 직접 시식평가에 나섰다. 평가 방식은 한 날, 한 시, 한 장소에 유명 브랜드의 대표 피자들을 동시에 배달시켜 일일이 맛보기.
연령과 성별에 따라 맛에 일가견이 있다는 8명으로 구성된 피자 시식단은 지난 4일 오후 서울 압구정동의 비어 레스토랑 '비어 서커스'에 모여 피자헛 미스터피자 도미노피자 파파존스 빨간모자 등 5개 브랜드의 피자를 동시에 주문했다. 피자메이커들의 설명과 함께 이뤄진 이날 피자 시식결과는 앞으로 피자의 맛이 어디로 향할 것인지를 잘 말해 준다.
건강! 피자라고 예외일 수 없다.
피자의 최신 트렌드는 단연 ‘건강’이다. 피자의 기본 원료인 치즈, 토핑, 도우는 물론, 심지어 반죽하는 물까지도 건강을 고려한다. 도미노 피자의 김명환 마케팅 부장은 “피자에서도 맛과 함께 건강을 지향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고급 식재료를 사용한 프리미엄 피자가 앞으로의 대세”라고 설명한다.
식재료의 건강학
토종 피자 브랜드인 빨간 모자는 밀가루 반죽인 도우에 몸에 좋다는 검은 깨를 사용한다. 노화를 방지해 주는 성분이 풍부해 불로 장생의 묘약이라고까지 불려지는 검은 깨는 필수 아미노산이 많이 들어 있어 뇌를 건강하게 해준다. 또 몸의 신장을 보하는 성분이라 탈모 치료에도 많이 사용되는 음식. 건강은 물론 맛에서도 고소함과 쫄깃한 맛을 더해줘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피자 위에 얹혀지는 토핑도 고정 관념을 버렸더. 도미노 피자에서 선보이는 더블크러스트 씨푸드는 새우, 가리비 등 바다 재료를 사용한다. 그리고 비타민A가 풍부한 브로콜리까지. 이쯤되면 샐러드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미스터 피자의 페타레인보우 피자에도 케이준 스타일로 조리된 새우와 브로콜리가 듬뿍 들어 간다.
치즈에서도 ‘천연’ 바람이 분다. 도미노 피자는 자연산 치즈인 까망베르 치즈를, 미스터 피자는 그리스가 원산지인 페타치즈를 신제품에 사용한다. 파파존스 또한 합성 치즈와는 달리 깊고 풍부한 맛의 천연 치즈를 사용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피자의 색깔 변화
피자하면 노란 밀가루 반죽 위에 치장된 붉은 색깔의 토마토 소스를 연상하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 피자에 부는 건강 바람은 피자의 한 부분을 녹색으로 물들인다. 브로콜리를 비롯한 녹색 야채가 토핑의 주재료로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토마토 소스로부터의 탈색 경향도 뚜렷하다. 빨간 모자는 부드럽고 달콤한 화이트 소스를, 레인보우 피자는 살사소스와 갈릭 소스를 대신 쓴다. 특히 레인보우 피자 위에 얹힌 코코넛 가루는 피자 색깔을 하얀색으로 보이게 한다.
피자 맛을 이끄는 한국
토종 브랜드인 빨간 모자의 대표 메뉴는 고구마피자와 단호박피자. 한국인의 영양식인 고구마와 단호박이 사용되는 피자들이다. 피자헛도 고구마가 들어간 제품 리치골드에 고구마를 더 추가한 리치골드Ⅱ 를 새로 내놓았다. 호평에 힘입어 중국 일본 호주 등 외국에서 국내산 리치골드 피자 기술을 배워가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성은진 피자헛 마케팅 이사는 “여러 나라의 고객들이 치즈와 고구마가 어우러진 부분을 특히 좋아한다”며 “피자의 한국화라기 보다는 한국에서 개발된 피자가 세계로 퍼져가고 있다고 해야 맞는 말”이라고 말한다.
/글 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
■Pizza 5개 브랜드 맛 비교
더블크러스트 씨푸드-도미노 피자
출시 4개월만에 100만개 판매 기록을 세운 프리미엄 피자 더블크러스트의 후속 시리즈. 역시 프랑스산 고급 치즈 까망베르를 사용하고 토핑 또한 새우, 가리비 등 국내 최고 해물을 사용했다.
얇고 바삭 한 도우와 도우사이에 까망베르 치즈와 가리비, 바나나 새우, 브로콜리가 어우러져 치즈와 해산물의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칼슘, 단백질, 비타민 등이 듬뿍 들어 있는 건강식 토핑은 맛과 건강에 좋을 뿐 아니라 보는 순간 시각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해산물이 전혀 비리지 않고 입안의 싱그러움을 더해 준다. 치즈와 합쳐져 상승효과를 내는 듯.
총평 피자 가장자리까지 토핑이 있어서 그런지 풍부한 맛이 느껴진다. 푸른 색 브로콜리가 전체 모양 및 색을 맞춰주는 듯 하다. 도우가 두겹으로 돼 있고 비스킷처럼 얇아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다. 치즈의 맛이 강하지만 큰 부담은 없다.
검은 깨 도우 고구마 피자-빨간 모자
화이트 소스의 부드러움과 고구마의 달콤함이 어우러진 피자. 토마토 소스를 이용하는 다른 피자와는 달리 화이트 소스를 사용, 기존 피자와 색다른 맛을 낸다. 알칼리성 식품인 고구마는 섬유질이 많아 변비에 좋고 위장을 튼튼하게 하는 등 건강에도 만점인 영양 식재료.
검은 깨 도우 단호박피자는 단호박의 달콤하고 담백한 맛이 밤, 다양한 야채 등과 어우러져 맛이 한층 고급스럽고 풍부하다. 검은 깨를 사용해 어느 종류든 고소함과 쫄깃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빨간 모자는 1992년 서울 반포에서 시작, 전국 19개 지점을 갖고 있다.
총평 깨맛이 강하게 나는 것이 색다르다. 풍부한 고구마 때문인지 첫 맛이 달콤하고 도우가 쫀득해 씹는 맛도 괜찮다. 단 맛이 강해 여성이나 어린이들이 좋아할 듯. 소스 때문인지 치즈가 느끼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페타 레인보우 피자-미스터 피자
케이준 스타일로 조리한 새우와, 브로콜리 양파 홍피망 등 5종류의 야채를 토핑으로 얹은 것이 독특하다. 그 위에 자연산 코코넛을 치즈처럼 얇은 슬라이스로 뿌렸다.
새우와도 궁합이 맞는 코코넛은 피자 맛을 고소하면서도 담백하게 만들어 준다. 소스는 토마토 소스가 아닌 매콤한 맛이 나는 살사소스 및 갈릭소스를 썼다. 주로 야채 샐러드와 곁들여 먹는 페타치즈는 채식주의자들이 선호하는 치즈이다. 치즈가 마르거나 변색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유청에 담아 냉장 상태로 가져 온다.
총평 일반 피자와 조금 다른 맛. 야채를 많이 넣어서 그런지 신선하고 상큼하다. 새로운 맛을 추구하는 젊은 층이 특히 좋아할 듯. 코코넛과 야채가 쫄깃쫄깃 씹히는 맛이 좋다. 페타 치즈는 기존 치즈 보다 덜 느끼하다. 입맛에 따라 약간 짜게 느끼거나 포크로 먹기에는 불편할 수도.
핫&스파이시 멕시칸 피자-파파 존스
멕시코의 화끈하고 매운 맛 피자. 할라피노 그린페퍼, 싱싱한 토마토, 여기에 잘 갈아 다진 쇠고기를 얹어 뜨거운 남국의 정열을 입맛으로 전한다.
아일랜드 사람들이 가장 즐겨 먹는 감자로 만든 아이리쉬 포테토피자와 이탈리안 소시지, 햄, 페퍼로니, 버섯 올리브 등이 들어간 수퍼파파스 등도 대표 메뉴들. 파파존스는 포르투갈의 농장에서 신선한 상태에서 직접 만드?토마토소스를 쓰고 도우를 반죽할 때도 정수된 물만 사용하는 등 건강을 중시하는 고품격의 피자를 지향한다고.
총평 평범한 듯 하면서도 새콤달콤한 토마토 소스가 입맛을 당긴다. 치즈 맛이 강하고 정통 피자의 맛에 충실하고 친숙한 느낌. 도우가 두터워 푹신하게 혀끝에 와 닿지만 입맛에 따라 질긴 느낌을 가질 수도 있을 듯.
리치골드 리치골드Ⅱ-피자 헛
고구마의 치즈의 운명적 만남으로 불린 히트 메뉴 ‘리치골드’의 후속탄. 도우 가장자리에 달콤한 고구마 한 줄을 더 추가했다. 도우 가장자리에 두른 치즈 양쪽으로 고구마의 노란 테 두 줄을 둘러쳐 진한 치즈와 고구마 맛의 조화를 강화했다.
치즈크러스트의 지붕을 없애 종전 도우가 감쌌던 치즈를 바깥으로 내보이게 했다. 모자렐라 치즈 위에 체다 치즈를 얹어 황금빛이 난다고 ‘골드’, 치즈맛이 풍부하다고 ‘리치’란 이름이 붙여졌다.
총평 여러가지 토핑은 한국인의 입맛을 고려한 듯 느끼하지 않고 익숙한 맛을 선사한다. 도우가 두껍지 않고 질기지도 않아 먹기에 좋다. 두줄로 얹혀진 고구마가 약간 짭짜름하면서도 달콤한 맛을 더해 준다. 단 맛을 싫어하는 사람은 약간 부담스러울 수도.
■ Hot Ice Cream
아이스크림은 차다. 여름엔 그렇다. 그럼 겨울엔? 따뜻하거나 뜨겁다.
아이스크림하면 차가운 것이 매력이고 즐거움이다. 하지만 그 상식을 뒤엎고 따뜻하게 먹는 아이스크림이 속속 등장해 겨울 입맛을 유혹한다.
아이스크림 튀김, 뜨거운 와인과 라스베리 시럽을 부은 바닐라 아이스크림, 뜨거운 애플파이 위에 얹은 아이스크림 등 차가운 디저트인 아이스크림을 따뜻하게 먹는 방법은 다양하다. 아이스크림의 열기(?)에 벌써부터 겨울 추위가 녹는 듯 하다.
▶ 아이스크림 튀김-일식당 뉴서린 (02)517-7900
뜨거운 아이스크림의 원조격. 1988년 서린호텔 일식당에서 조리장으로 일하던 김설문(60)씨가 처음 개발한 이래 지금 그가 개업한 서울 강남구청 앞의 일식당 뉴서린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말 그대로 딱딱한 아이스크림을 미리 달군 고온의 기름에 짧은 시간 동안 튀겨낸 별미. 겉은 기름에 닿아 따뜻하고 속은 아이스크림 그대로여서 차다. 입에 넣으면 처음 감촉이 따뜻하지만 한 입 깨물어 목에 넘어갈 때쯤에는 차가운 기운이 와 닿는다. 음식보다 이 아이스크림 튀김을 먹기위해 찾아오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다.
아이스크림을 튀기는 비결은 물론 비밀. 옆에서 보면 아이스크림에다 밀가루 반죽을 씌워 딴딴하게 냉동시킨 뒤 기름에 튀겨낸다. 튀기는 시간은 10초 정도. 깡깡 얼지 않는 아이스크림을 튀기다간 그대로 녹아 버린다.
튀긴 아이스크림은 바로 먹어야 더 맛있다. 오래되면 열기에 조금씩 녹아버린다. 스푼을 사용하거나 손가락으로 집어 먹지 않고 젓가락을 사용, 한 입에 깨어 먹는 것도 아이스크림 튀김만의 특색이다. 모든 손님에게 디저트로 제공된다.
김씨는 “손님에게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 아이스크림을 생각해 냈다”며 “숱한 시행착오를 겪고 실패도 많이 했다”고 말한다. 국내에서 드문 튀김 전문가인 그는 회갑을 앞둔 지금도 주방에서 직접 일하며 튀김요리 전문 일식당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 롯데호텔 와인 바& 레스토랑 바인 (02)317-7154
진한 향의 까베르네 쇼비뇽 와인과 라스베리 시럽을 담은 그릇에 아이스크림 한 스쿠프를 떠 넣는다. 그리고 산딸기를 듬뿍 넣어 주면 달콤 새콤한 아이스크림 디저트가 완성된다. 붉은 빛깔의 와인에 아이스크림이 녹아들면서 산딸기와 같이 한 스푼 떠 입안에 넣으면 사르르 녹는 듯 하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살구 크라푸티도 뜨거운 맛과 차가운 맛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미각을 자극한다. 케이크와 비슷한 노란 빛깔의 크라푸티 위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올리면 급속도로 아이스크림이 녹아 내려 감미로운 맛이 입안 가득히 퍼진다. 아이스크림과 케이크를 함께, 아니면 아이스크림과 케이크를 한 스푼씩 번갈아 먹는 것이 요령. 크라푸티는 우유와 달걀, 밀가루로 만든 푸딩의 일종이다.
▣ 애플파이 위드 바닐라 아이스크림-힐튼호텔 프랑스레스토랑 시즌스 (02)317-3060
오븐에서 갓 구워낸 뜨거운 애플파이와 차가운 아이스크림이 잘 어울리는 메뉴. 이영미 부지배인은 “사과와 아이스크림의 달콤한 맛 때문에 여자들이 좋아한다”고 말한다. 오븐 쟁반에 얇은 도우를 깔고 신선한 사과를 반달 모양으로 겹쳐 모양이 나게 얹고 설탕과 시나몬 파우더를 뿌린 뒤 5~10분 구워 만든다. 중간중간에 버터와 아몬드 소스 등을 발라 줘도 맛이 더해진다. 다 구워지면 파이 위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옆에는 바닐라 소스를 뿌려주고 딸기와 오렌지 허브 초콜릿 등으로 장식해 주면 끝. 극과 극의 맛이 대조를 이루며 입안을 상큼하게 만들어준다.
▣ 프랑스풍 패밀리 레스토랑 이뽀뽀따뮤스 (02)555-1324
촉촉한 브라우닝 파이 위에 달콤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얹고 구운 견과류를 토핑한 디저트. 위로 뜨겁고 진한 초콜릿이 흘러내리면서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데워 준다. 가장자리에 얹어진 부드러운 슈크림도 멋과 맛을 살려 준다. 특히 몸에 닿아도 전혀 뜨겁지 않은 화려한 불꽃 막대가 꽂혀져 나와 시각적 열기를 더해 준다. 특별한 기념일에는 무료 제공.
브리오시 파숑도 아이스크림을 따뜻하게 먹는 전통 프랑스식 디저트. 부드러운 크림소스가 배어있는 프렌치 토스트를 바삭하게 구워 낸 뒤 부드러운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위에 얹어 나온다. 따뜻하게 데운 달콤한 카라멜소스가 흘러 내리는 것을 보면 군침이 돈다.
바나나플랑베는 새콤한 오렌지소스로 살짝 구워낸 바나나와 달콤하고 부드러운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만난 메뉴. 바나나의 온기와 아이스크림의 냉기가 잘 어울린다.
/글·사진 박원식기자
입력시간 : 2003-12-11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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