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동아시아대회에서 우승컵을 건지긴 했지만 '오만 쇼크'를 날려 버리기에는 경기 내용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틀전 일본에 석패한 아우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서라도 올 시즌 마지막 A매치인 일본전에서 통쾌한 승리를 거두며 유종의 미를 거두기 바랐지만 씁쓸함만 남았다.외형상으로 보면 코엘류호의 첫 우승컵은 칭찬할 만하지만 정작 내용을 들여다보면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 특히 10일 일본과의 경기는 '오만 쇼크'에서 촉발된 경질위기 속에 시험대에 오른 코엘류호의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보여준 한판이었다.
골결정력 부재, 창의적 플레이 실종, 무색 무취라는 비판을 받아온 코엘류 감독은 10명으로 맞선 일본전마저 수적 우위를 살리지 못하는 졸전 끝에 무승부에 그치고 말았다. 게다가 팬들의 따가운 눈총은 아랑곳 없이 "경기 내용보다는 우승한데 의미를 두고 싶다"는 코엘류 감독의 말은 예상 밖이다.
선수들을 충분히 조련할 시간이 없었다는 코엘류 감독의 불만은 지도자의 한 사람으로 십분 이해하지만 이제는 '색깔'과 '비전'을 제시할 때가 됐다. 지난해 거스 히딩크 감독은 압박축구와 멀티플레이어를 강조하면서 고집스럽게 자기의 색깔을 내세웠고, 시련을 겪긴 했지만 결국 4강 신화를 이뤄낸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코엘류호에 '색깔이 없다'는 것은 모호한 대표팀 선발기준과 전술 운용의 다양성 부족에서 찾을 수 있다. 코엘류호의 면면을 보면 세대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다기 보다는 눈앞의 성적에 급급해 경험 많은 선수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그렇다고 코엘류 감독이 자기만의 색깔을 보여주기 위한 선발도 찾아보기 어렵다. 코엘류 감독은 손발을 맞출 시간이 없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상대도 마찬가지여서 '더 이상 시간이 없다'는 말은 설득력이 없다.
전술 운용의 다양성도 떨어진다. 단지 일본전만을 놓고 보면 전반 오쿠보의 퇴장이후 수적 우위를 살리지 못한 것은 그렇다고 치자. 그러나 후반엔 어떤 식으로든 공수에서 수적우위를 살리는 전술의 변화를 보여줬어야 했다. 코엘류 감독은 주변의 비난 여론을 조급하다고 탓하지 말고, 이제는 정확한 자가진단을 통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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