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논밭을 버리고 떠나온 이농인들이 설렘과 두려움으로 첫 발걸음을 내딛던 광장, 영원한 약속장소 시계탑, 둥근 지붕과 뾰족한 첨탑의 빨간 벽돌집 역사….1925년부터 80년 가까이 서울의 관문 역할을 해 온 서울역이 지난달 29일 새 집으로 이사했다. 새 역사는 구역사에서 용산쪽으로 100여m 떨어진 곳에 2000년 6월부터 짓기 시작해 3년5개월 만에 완성된 지하2층, 지상5층, 연면적 2만8,800평 규모의 첨단 건물이다. 구역사와의 사이엔 5층 규모 1,200대가 주차할 수 있는 주차건물도 들어섰다.
새 서울역사는 내년 4월 고속철도 개통에 맞춰 교통과 쇼핑, 휴식의 복합공간으로 조성돼 옛집과는 겉모양부터 확연히 다르다. 위에서 바라본 모습은 당겨진 활과 화살의 모습을 본 땄다. 철도청 관계자는 "당겨진 활에서 화살이 힘있게 날아가는 것처럼 기차들이 힘차게 출발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옆 모습은 전통의 멋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곡선 모양의 팔작지붕과 원형 등불을 형상화 했다.
외형 대부분을 유리로 만들어 밖에서도 내부를 훤히 볼 수 있도록 해 시원한 느낌을 준다. 새 역사와 주차장 사이에는 광장이 조성돼 도심 속 휴식처 기능을 갖췄다. 역사 바로 앞에는 경사가 낮은 계단이 설치돼 있고 곳곳에 꽃과 나무기 심어져 아름다움을 더해 준다.
달라진 겉 모습 만큼 내부도 새롭다. 3층 규모 6,000여평에 들어선 쇼핑가는 새 역사를 단순히 기차를 타고 내리는 기능에서 벗어나도록 했다. 이미 2층 상가와 2·3층 식당가는 손님들을 맞고 있고 갤러리아 백화점도 11일 '콩코스'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이동이 훨씬 편리해진 점도 특징. 지하철역에서 새 역사를 연결하는 통로를 만들었으며, 무빙워크(moving walk)를 설치, 구역사와 주차장, 쇼핑센터를 연결토록 할 계획이다. 개찰구도 모든 노선을 하나로 통일했으며 개찰구와 승강장을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로 연결해 장애인과 노약자들이 보다 쉽게 기차를 탈 수 있게 했다.
시민 이남은(21)씨는 "대부분이 유리로 돼 있어 답답했던 이전 역사에 비해 훨씬 밝아졌다"며 "시설이나 외관이 인천 국제공항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로 멋지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조원님(55·여)씨는 "지금까지는 기차를 타기 위해 마지 못해 왔으나 앞으로는 가족들과 함께 외식을 하거나 쇼핑하러 와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역사 시설에 대한 불편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짐 위에 걸터앉아 열차를 기다리던 한 시민은 "옛 역사에 비해 식당이나 커피숍이 늘어난 반면 역사 내 의자는 훨씬 많이 줄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실제로 역사 여기저기에는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 있는 이용객들이 눈에 띄었다.
철도청 관계자는 "백화점과 상가가 입주한 새 역사와 더불어 구역사가 리모델링을 거쳐 내년에 할인마트로 다시 태어나면 서울역은 새로운 상권의 중심지로 부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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