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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한국인/ 한국CA 지일상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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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한국인/ 한국CA 지일상 사장

입력
2003.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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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보다 더 능력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 주십시오."지난해 3월 세계 최대의 e비즈니스 소프트웨어 회사인 컴퓨터어쏘시에이트(CA)의 찰스 왕 회장은 당시 한국CA 마케팅 부문을 담당하고 있던 지일상(사진) 이사에게 사장 승진 소식을 귀띔했다.

그러나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신화와 같은 존재인 왕 회장의 낙점을 지 이사는 정중히 고사했다.

당시 지 이사는 제일기획에서 광고기획 담당(AE)를 하다 한국CA에 입사한 지 고작 3년3개월 밖에 안 된 때였다.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초고속 승진을 하는 것도 부담스러웠지만 서른 일곱이라는 나이에 사장을 잘 해 낼 수 있을지 스스로도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왕 회장의 생각은 확고했다. "아니야, 자네가 적임자야. 난 자네의 직관력을 믿어."

이렇게 한국CA 선장이 된 지일상 사장은 남들과는 다른 경영 방식으로 언제나 화제의 주인공이었다. 통상 호텔에서 열리던 제품 홍보 행사를 가격이 10분의 1 밖에 안 되는 코엑스 전시장으로 옮긴 것도 그가 처음 시도한 것이다.

고객들을 제주도로 초청, 예고 없이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의 공연을 펼쳐 결국 3건의 큰 계약을 따낸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경직된 사고의 틀을 깨는 상상력과 기획력은 보이지 않게 한국CA를 변화시켜 지난해 한국CA 14년 성과 중 가장 눈부신 실적을 올렸다. 회사는 올해도 전년 대비 30% 이상 성장이 기대된다.

그는 최근 긴축 경영 추세와는 정 반대로 새로운 식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확장 경영을 도모하고 있다. "지금은 경기가 좋지 않지만 내년엔 좀 나아질 것입니다.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그 때가서 과실을 따 먹을 수 없습니다."

어떤 직원을 원하느냐는 질문에 지 사장은 "내가 부리기 쉬운 사람이 아니라 나보다 나은 사람을 뽑겠다는 생각으로 면접을 본다"며 "그 중에 훌륭한 분이 있으면 사장직도 기꺼이 내 놓겠다"고 밝혔다.

미 인디애나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은 그는 최고경영자(CEO)가 가져야 할 덕목에 대해 "항상 '다음'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하고 준비하는 자세와 서로 이해가 다른 집단들 사이에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중용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다국적기업의 CEO는 밸런스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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