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검찰에 소환된 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에 대한 수사는 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썬앤문에서 수표 1억원을 전달받은 경위, 이씨로부터 이 돈을 받은 제3자, 그리고 민주당에 유입된 과정 등이다. 일견 단순해 보이고, 액수도 미미하긴 하지만 수사는 극도의 보안 속에 이뤄지고 있다. 수사팀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검찰 내부에서조차 "이번 수사의 백미는 1억원에 달려 있다" "한나라당의 불법 대선자금 수백억원 수수와 맞먹는 강도의 대어(大魚)가 잡혔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이씨가 1억원을 받은 것은 지난해 11월로, 당시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대세론이 널리 퍼져있던 시기다. 기업들의 후원금 기피로 노무현 후보측은 '실탄'이 말라 있던 때다. 따라서 문제의 1억원은 문병욱 썬앤문 회장이 고교 4년 선배인 노 후보를 돕는 명목으로 먼저 제공했거나, 아니면 이씨가 도와달라며 문 회장에게 부탁해 받았을 가능성 두가지가 있다. 이씨는 "문 회장이 10여 차례 연락을 해와 두 차례 만나 1억원을 받았다"고 말해 일단 문 회장의 제의가 먼저 있었음을 주장하고 있다.
이후 이씨는 1억원을 제3자에게 전달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씨가 당시 민주당 선대본부가 아닌 제3자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구도를 자세히 더듬어 보면, 이씨는 돈을 수금하고 제3자는 이 돈을 관리·운용하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이씨와 대선자금 모금을 도모할 인사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제3자는 노 후보의 또 다른 측근일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썬앤문이 준 1억원을 계기로 노 후보측 인사들이 조성한 대선자금의 '저수지'가 드러날 수 있다는 점이다. 안대희 중수부장이 이씨의 금품수수 액수를 특정하지 않은 것은 이런 가능성을 암시한 대목이다.
1억원의 민주당 유입 과정에 대한 수사의 핵심은 과연 누구 명의로, 어떤 명목으로 당에 입금했느냐 하는 것이다. 이씨는 구체적인 언급은 피한 채 "영수증 처리를 하지 못했다"고만 밝혔지만 문 회장 이름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벌써부터 검찰 안팎에선 정치권 핵심 인사 명의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결국 1억원 수사는 이번 불법 대선자금 및 대통령 측근비리 수사에서 최대 정치적 공방의 대상이 될 전망이며, 그만큼 검찰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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