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10일부터'카드특감'을 위한 예비감사에 착수한 가운데 금융감독기구의 기능재편 논의가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카드부실 사태가 현행 금융감독 시스템 상의 혼선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온 데다 감사원 역시 카드정책 관련자에 대한 책임추궁보다는 감독시스템의 '개혁'에 특감의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감, 감독기구 개편으로 이어질 듯
금융감독원 주변에선 감사원의 카드특감을 감독기구 개편을 위한 '정지(整地) 작업'으로 이해하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LG카드 유동성위기 사태 이후 청와대나 재정경제부 등에서 "긴급한 금융 현안에 대한 보고체계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왔고, 감사원이 느닷없이 카드특감에 착수하게 된 배경 역시 정부 내 이런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경우 카드특감은 재경부(금융정책 입안 및 법률 제·개정권), 금감위(감독규정 및 인허가권), 금감원(위임 감독 및 검사권) 등으로 이어지는 다중적인 금융감독 체계의 개편에 초점이 맞춰질 공산이 크다.
감사원 당국자도 "카드 유동성문제 등 금융위기에 현재의 금융감독 시스템이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겠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이번 특감의 총사령탑인 전윤철 감사원장은 2001년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있을 때 금융감독기구의 통폐합을 강력하게 추진했던 인물이라 금감원 직원들은 카드특감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기획예산처는 당시 금융감독의 효율화를 위해 공무원조직인 금감위와 민간기구인 금감원을 통합해 정부 조직으로 만드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금감원 등의 반대로 무위에 그쳤다. 이 때문에 금융계 일각에선 "금융감독기구를 정부 입맛에 맞게 강제 통폐합하기 위한 '명분 쌓기'용으로 카드특감이 기획된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감독기구 통폐합 논란 다시 가열
금융감독기구의 개편은 금감위·금감원의 이원체제 출범 당시부터 줄기차게 제기돼온 문제이기도 하다. 공무원 조직이면서 금융감독정책에 관한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금감위는 1998년 4월, 민간 조직으로 집행기구 성격인 금감원은 99년 1월 각각 설립됐다.
하지만 한 지붕 아래 공무원과 민간인이 뒤섞여 있는데다 당초 10여명이던 금감위 공무원 조직이 현재 100명 안팎으로 비대해지면서 최근엔 업무의 구분마저 불투명해져, 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통합의 방향. 재경부의 경우 금감위의 기능과 조직을 재경부가 흡수해 과거처럼 정부(재경부)와 민간집행기관(금감원)으로 감독체계를 단순화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지만 금감위의 반발이 예상되고, 금감원은 금감위를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처럼 순수의사결정 기관으로 전환하는 형태를 원하고 있지만 정부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 미지수다.
당초 기획예산처 안대로 금감원을 금감위에 통합해 감독기구 자체를 공무원 조직으로 만드는 것 역시 여전히 대안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카드특감을 계기로 금융정책 관련 부처들은 다시 한번 세찬 홍역을 치를 전망이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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