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넌센스' 시리즈는 일류 여배우의 경연장이다. 올 여름 연강홀에서 초연한 3편 '넌센스 잼보리'도 전수경, 김선경, 박해미 등 정상급 뮤지컬 여배우들이 저마다의 기량을 뽐냈다. 19일부터 연강홀에서 앙코르 공연하는 팀도 마찬가지. 이번에는 방송계의 연기파가 모였다. 탤런트 양희경이 주인공 앰네지아 수녀 역으로 중심을 잡고, 영화 '친구'의 모범생 서태화가 청일점인 버질 신부로 출연한다. 하지만 초연 때 온 몸을 던져 망가지는 연기를 펼치며 천방지축 로버트 앤 수녀를 표현한 김선경의 카리스마는 누가 메울까. 여기에 아나운서 출신의 만능 엔터테이너 임성민과 뮤지컬계에서 인정 받는 실력의 탤런트 노현희가 도전장을 냈다.임성민의 연기변신
그는 뮤지컬 배우를 꿈꿨다. "어릴 적에 드레스 입고,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연기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주변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뮤지컬을 하면 좋겠다고 했죠. 욕심이 많은 저한테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MC, 탤런트 등 다양한 분야를 해 봤지만 첫 뮤지컬은 기대가 크고 조심스럽다.
"저는 김선경씨보다는 조금 귀엽게 가고 싶어요. 다른 사람과 얼마나 닮았느냐는 중요한 게 아니죠." 로버트 앤 수녀는 택시운전사 출신의 털털하고 남성적인 배역이다. 임성민이 캐스팅된 것도 분위기가 유사하기 때문. 그러나 첫 작품으로 자신의 이미지가 고정되는 것을 경계하는 눈초리다. "막춤을 보여주면 쉬울지도 몰라요. 하지만 TV에서의 이미지와는 다른 걸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요?"
유명세를 타고 잠깐 출연하기보다 다양한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 한다. "조연이면 조연에 충실해야죠. 잘 해서 뮤지컬 무대에도 손색이 없는 프로로서 인정 받고 싶습니다." 그래도 털털하고 남성적인 표현은 다소 민망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역시 툭툭 던지는 말투에서 털털함이 배어난다. '넌센스 잼보리'는 스토리보다는 쇼 위주로 구성해서 각자의 개인기가 중요한 뮤지컬이다. 필살기로 보여줄 개인기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무술"이 답이었다. 임성민이 표현하는 로버트 앤은 털털하지만 귀여운 구석이 숨어있다.
노현희의 발랄 푼수
차근차근한 노현희의 말투는 임성민과 퍽 대조적이다. 그러나 욕심이 많다는 점은 닮았다. 이미 '브로드웨이 42번가' '더 플레이' 등의 뮤지컬에 여러 번 출연해 실력을 인정 받았다. 노래 실력은 '도전 1,000곡' 우승으로 익히 알려졌다.
"넌센스의 '넌'은 수녀라는 뜻이 있어요. 로버트 앤은 밝고 쾌활하지만 불우한 어린 시절을 역으로 발산하는 거죠. 속으로는 심지가 굳어요." 인물 접근은 임성민과 유사하다. 그러나 표현방법은 다르다. "임성민씨와 저는 목소리도 다르고 체형, 성격도 다 달라요. 저는 장난기 있는 발랄 푼수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안 되는 성대모사를 할 수는 없잖아요." 노현희는 대본도 본인이 직접 손을 봤다. 자기 이미지를 창조하고 싶은 욕심에서다. "안무는 아직 짠 건 없는데 십오야 엽기댄스를 할 수는 없고, 분위기에 맞춰야지 망가지고 웃기는 게 기본은 아니잖아요." 노현희의 로버트 앤은 발랄함 속에 숨겨진 아픔을 표현하려고 한다.
두 사람의 두 가지 색깔의 로버트 앤 수녀 역을 기대해 봐도 좋을 듯하다. '넌센스 잼보리'에는 이 밖에 서태화의 친동생인 뮤지컬 배우 서지영이 극 중에서도 버질 신부의 친동생인 레오 수녀 역, 강효성이 윌헬름 수녀 역으로 출연한다. 공연은 내년 3월7일까지. (02)766―8551
/홍석우기자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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