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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민연금 개혁 물 건너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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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민연금 개혁 물 건너가나

입력
2003.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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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다루는 국회의 태도는 개탄할 만 하다. 보건복지위는 8∼9일 법안심사소위를 열었으나 개정안에 대해 한 마디 언급이나 차후 심의일정 결정 없이 넘어갔다. 42개 안건을 이틀에 걸쳐 2시간씩 심의했으니 33번째 안건을 다룰 시간이 있었을 리 없다.그러나 시간 부족은 결과적인 명분일 뿐이다. 거의 모든 복지위의 의원들이 내년 총선을 의식해 법 개정에 반대하는 것이 문제다. 개정안은 임시국회에 넘어갔지만, 임시국회에서도 처리되지 못한 채 16대 국회가 끝나는 내년 5월 말까지 계류상태로 있다가 자동 폐기될 개연성이 커졌다. 총선이 임박할수록 개정안 처리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현행 법에는 5년마다 급여와 보험료를 조정하게 돼 있어 올해 조정하지 않으면 2008년으로 넘어간다. 2008년이 되면 노령연금 지급이 본격적으로 시작돼 적자가 누증되며 급여와 보험료의 조정폭도 훨씬 커진다. 가입자들의 저항은 더 거세져 개혁이 불가능해질 텐데 그 상황을 누가 책임지겠는가. 개정안에는 보험료 인상규정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장애연금 대상을 확대하거나 이혼한 배우자가 재혼 후에도 분할연금을 받게 하는 여성차별 개선조항도 들어 있다. 개정이 늦어지면 국민연금에 대한 불만이 커질 것은 뻔하다.

출범 초기부터 잘못 설계된 국민연금은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은 채 오늘에 이르렀다. 조금 내고 많이 받다가 더 내고 덜 받게 되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지금은 후대의 부담과 국민연금의 장기적 발전을 감안해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할 시점이다. 국회는 1997년에도 소득대체율을 40%로 낮추자는 정부안에 대해 60%로 올리는 무책임한 결정을 한 바 있다. 그런 잘못을 저지른 터에 이번에 또 법 개정을 미룬다면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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