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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부터 선화랑서 "매그넘 풍경"展/"시대의 풍경" 사진넘어 예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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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부터 선화랑서 "매그넘 풍경"展/"시대의 풍경" 사진넘어 예술로

입력
2003.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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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사진작가 집단 '매그넘(MAGNUM)'을 창설한 로버트 카파,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말은 매그넘의 두 가지 이상, 즉 사진의 두 가지 이상을 각각 대표한다. 저널리즘과 예술, 현실과 초현실, 산문과 시의 결합이다. 선화랑이 13일부터 내년 2월28일까지 여는 '세계사진 거장들의 예술― 매그넘 풍경(LANDSCAPE)' 전은 매그넘 회원들의 이런 이상을 담은 풍경사진을 보여준다. 카파와 브레송을 비롯한 정회원들이 찍은 1930년대부터 90년대까지의 풍경을 주제로 한 사진 130여 점이 전시된다.그들은 물론 단지 구경꾼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참여자의 관점에서 풍경을 바라본다. 전시작들은 '풍경 바라보기' '실재하는 풍경' '재발견된 풍경' '전쟁의 풍경' '풍경의 주연으로서의 인간' 등 5가지 주제로 구분된다. 이들 주제에서 알 수 있듯 매그넘 작가들이 찍은 풍경은 자연 그 자체에서부터, 전쟁과 산업화, 도시화 한가운데의 인간의 모습에까지 걸쳐 있다.

스티브 맥커리가 1993년 아프간 난민의 모습을 찍은 사진은 전쟁의 풍경이지만 그 자체가 환상적인 회화처럼 보인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삶터에서 이웃은 모두 떠나고, 남은 한 가족이 저녁 어스름에 모닥불을 밝히고 있다. 맥커리는 1985년 6월 내셔널 지오그래픽 표지에 실린 이른바 '아프간의 눈망울'의 작가다. 보는 이를 빨아들일 듯한 초록색 눈동자, 전쟁의 두려움에 넋이 나간 듯하면서도 순진무구함을 잃지 않았던 눈동자를 가진 열두세 살 가량의 이 아프간 난민 소녀의 사진은 세계적 반향을 불렀다.

소녀의 사진은 2001년 10월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선정한 20세기 100대 베스트 화보 특집판의 표지사진으로 다시 실렸고, 작가 맥커리조차 이름도 행방도 모르던 이 소녀를 찾자는 여론을 일으켰다. 맥커리는 2002년 4월 그렇게 해서 17년 만에 찾은 샤르바트 굴라라는 이름의 이 아프간 여인의 사진을 다시 내셔널 지오그래픽 표지에 실었다.

르완다 난민의 모습을 촬영한 프랑스 작가 질 페레스, 니카라과와 엘살바도르의 혁명 과정을 끈질기게 추적해 온 여작가 수잔 마이젤라스, 구 소련의 프라하 침공을 고발한 체코의 망명작가 조셉 쿠델카의 작품도 풍경사진이라는 이름으로 나오지만 역시 전쟁과 그 속의 인간의 모습을 담은 것들이다.

20세기 사진예술의 전설적 인물이 된 브레송의 작품으로는 막 대두한 현대 중산층의 한가로우면서도 권태로운 듯한 모습을 담은 유명한 1938년 작 '마른 강변의 일요일' 등이 나온다. 스페인 내전 당시 총을 맞고 쓰러지는 병사의 모습을 담은 사진으로 세계 최고의 전쟁사진가로 꼽혔고 실제 베트남전 취재 도중 지뢰를 밟고 숨진 카파의 작품은 1948년 작 '바르샤바' 등이 출품됐다.

이외에도 뉴욕의 소외된 지역의 모습을 끈기 있게 다뤄온 브루스 데이비드슨, 소설로 영화로 알려진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주인공의 실제 모델인 데이빗 앨런 하비의 작품도 나온다. 이들이 보여주는 풍경은 순수한 자연 풍광조차도 보고 즐길 관광지 같은 모습이 아니라, 인간과 그들이 몸담고 사는 대지의 의미를 생각케 한다. 그냥 풍경이 아니라 시대의 풍경인 것이다. (02)734―0458

/하종오기자 joha@hk.co.kr

● 매그넘이란

매그넘은 1947년 로버트 카파의 주도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조지 로저, 데이비드 세이무어 4명이 만든 사진 에이전시다. 2차대전 종전 직후의 분위기에서 사진가로서의 독립적인 활동의 자유, 저작권의 확보 등 상호 협동을 위한 것이었다. 매그넘이란 명칭은 창립 회원들이 마셨던 특대 샴페인 병에서 비롯했다고 하며 라틴어에 담긴 위대함과 강인함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 매그넘에 속한 사진가들의 개성은 기자 정신과 예술가 정신의 융합에 있다. 보도·다큐멘터리 작업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그들은 강한 주관적 시각을 담아 세계사의 사건을 기록해 왔다. 세계 각지의 분쟁지역, 오지 인간의 삶, 대도시의 뒷골목 등에 이들은 앵글을 맞춘다. 작고한 이들을 포함해 현재까지 정회원은 60여 명. 그들의 방대한 서고에 저장된 사진은 600만 장에 달한다. 사진가로서는 그대로 세계적 명성의 작가로 이어지는 정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오랜 후보, 준회원의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아시아인 회원은 일본의 구보타 히로지와 대만 작가 2명뿐이다. 국내에서는 2001년 '세기의 전환점'이란 이름의 창립 50주년 전 등 4차례의 매그넘 사진전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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