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일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원전센터) 부지 선정과 관련, 부안 이외의 지역에서도 추가 유치 신청을 받기로 한 것은 주민들의 집단 반대로 위도 원전센터 강행이 더 이상 어렵다는 현실을 받아들인 결과다. 이에 따라 원전센터 건립은 또 다시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는 또 주민 의사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다가 전면 재검토하는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도 이날 발표에서 "부안 군민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고 정부의 잘못을 시인했다. 신창현 환경분쟁연구소장은 "핵폐기장은 선진국에서도 주민 설득에만 5년 이상 공을 들인다"며 "정부는 주민 반대를 힘으로 누르거나 돈으로 설득하는 방법을 택해 결국 부안이 최종 후보지로 선정된 7월 이후 5개월동안 주민 반발만 키운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는 추가 유치 신청을 받겠다면서도 부안군이 주민투표를 통해 다시 신청할 경우 우선권을 주겠다고 단서를 달아 여전히 위도에 대해 기대와 미련을 갖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오히려 타 지역이 추가 신청에 참여해 경쟁구도가 형성되면 부안군에서도 유치에 대한 여론이 높아지고, 지금의 반대 일색의 분위기가 바뀔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위도 단일 카드'를 버리고 복수경쟁 체제로 최종 부지를 선택키로 방향을 튼 정부의 계획이 성공할 지는 미지수다.
일단 산자부 관계자는 "영광과 울진 등 원자력 발전소 소재지는 물론 일반 지역에서도 신청을 문의해 온 적이 있다"며 상당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정부가 그동안 특정 지역을 염두에 두고 물밑 작업을 해왔고 어느 정도 교감이 형성됐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후보지 경쟁체제 도입 방침을 결정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후보지로 7월 유치신청 마감직전 포기했던 삼척과 2월 정부의 후보부지 선정작업에서 최적지로 뽑힌 영덕, 울진, 영광, 고창 등을 꼽고 있다.
그러나 부안군에 대해 향후 20년간 2조원의 지원을 약속했던 정부는 과도한 지원이라는 비난을 의식, 추후 신청지역에 대해서는 이를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인센티브는 오히려 줄었다. 또 부안 사태를 직접 목격한 지방자치 단체장들이 선뜻 유치에 나설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미 기세가 오른 환경단체의 반대운동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따라서 정부가 1986년 영덕을 첫 후보지역으로 지정한 뒤 주민과 시민단체의 반대로 17년 동안 허송 세월을 한 원전센터 건설은 또다시 표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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