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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꼴찌한 勝者, 일등한 敗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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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꼴찌한 勝者, 일등한 敗者

입력
2003.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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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수능 결과가 발표되었다. 수능을 앞두고 시험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자살한 학생들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 때문에 자살한 학생이 생겨났다. 이러다가는 앞으로 있을 대학입시에 실패하였다고 자살할 학생이 생기지 않을까 염려된다. 학생들의 이런 자살이 연례행사처럼 되어버려 이제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기껏해야 신문의 사회면 한 모퉁이를 차지할 뿐이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청소년들이 목숨을 버린다는 것은 가족들에겐 큰 슬픔이요 국가적으로도 손실이 아닐 수 없다.학생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대학입시제도나 교육정책에 대한 문제점이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점은 여기에서 논외로 치자. 다만 성적의 저조나 대학입시의 실패가 과연 자살을 감행해야 할 만큼 절박한 일이냐 하는 점이다. 행복의 기준이 성적순이라는 오도된 가치관 때문에 자살을 감행한 학생들의 심정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자살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포기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어차피 삶이라고 하는 것은 평생동안 살아가면서 풀어야 할 숙제이며, 시험이라고 하는 것도 그 과정에서 겪어야 할 하나의 통과 절차일 뿐 그 자체가 삶의 목적은 아니다.

인간 개개인은 이 우주의 중심이다. 내가 존재할 때에만 이 우주도 의미가 있다. 내가 살아서 꽃을 바라볼 수 있을 때 꽃의 아름다움도 살아난다. 내가 죽고 나서 밤하늘에 별들이 반짝인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미국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인 링컨의 인생역정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그가 위대한 것은 미국의 대통령이 되어 흑인노예를 해방시켰기 때문이 아니라 온갖 역경을 지혜롭게 극복했기 때문이다. 그는 켄터키주의 조그만 마을에서 평생을 볼품없는 농부로 살 수도 있었다. 그래도 링컨은 최선을 다 하였을 것이고 대통령이 아닌 농부로서 성공을 하였을 것이다.

청소년기 한 때의 실패 때문에 인생을 포기하기엔 살아야 할 날들이 너무도 많다.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20년 아니면 최소한 10년 정도 죽을 각오로 노력을 해 보라. 아마 그때쯤이면 죽기엔 너무 억울할 정도로 해야 할 일들이 많아졌을 것이다. 인간의 능력은 천차만별이며 그 중에서 시험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은 극히 작은 것이다. 많은 성공한 사람들이 갖추고 있는 성실성, 근면성, 창의성, 인내심, 추진력과 같은 덕목들을 어떻게 시험으로 평가할 수 있겠는가.

모든 입시생들이 선망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서울대학교도 세계에서 몇 백등 안에도 못 든다고 한다. 앞으로 통일한국의 주역이 되어야 할 청소년들이 세칭 명문대에 못 들어간다고 낙담한다면 이 나라에서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는 국민은 과연 얼마나 될까. 축구경기 초반에 실점을 하였다고 경기를 포기할 수는 없다. 월드컵 4강 신화에서 보았듯이 경기종료의 휘슬이 울릴 때까지는 아무도 그 결과를 알 수 없다.

우리 민족은 세계 어느 민족 못지 않게 인내심과 창의력이 뛰어나다. 우리 나라 청소년들은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의 청소년들보다 우수하기 때문에 그들과 경쟁해서 이기지 못할 이유가 없다. 청소년들은 시야를 비좁은 우리 나라에만 두지 말고 넓은 세계로 돌려 근시안적인 사고의 틀을 벗어나야 하며, 보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가치관을 형성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지식은 사람이 행복을 추구하는데 필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지혜가 없는 지식은 오히려 행복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꼴찌를 했더라도 최선을 다 했다면 그 자체로서 아름다운 삶이 아닌가. 혹시 성적 때문에 죽고 싶은 학생이 있거든 유대인의 경전에 나오는 다음 말을 음미해 보길 바란다. '승자는 꼴찌를 해도 의미를 찾으나, 패자는 일등을 해야만 의미를 느낀다'

송 병 록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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