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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이메일 한통의 감동

입력
2003.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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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에서 외교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이번 학기에 논문을 준비 중이라 인터넷으로 서적을 주문하는 일이 많습니다. 얼마 전 '인터넷 교보'로 책을 주문하다 한 사회 초년병을 알게 되었습니다. 8권의 책이 필요했던 저는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다 잘못 클릭하여 중간에 주문을 취소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취소를 하고 다시 주문을 할 경우 따로 2번 계산하는 꼴이 되어 책 가격 합계 4만원이 넘으면 물지 않아도 되는 배송료 2,000원을 물게 되었습니다.2,000원도 학생에게는 큰 돈이라 전화를 걸었습니다. 한 직원이 친절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는데 취소한 첫번째 주문 책을 두 번째 주문 품목에 포함시켜 배송료를 물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혹시나 싶어 확인해보니 제가 취소했던 책이 오히려 다시 주문한 것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다시 전화를 걸어서 다른 직원에게 말하고 바로잡았습니다. 두 사람 모두 친절하고 업무에 대한 정성이 대단했습니다.

그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며칠 뒤 메일을 확인하고 작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첫번째 전화를 받았던 직원이 제 메일로 카드를 보낸 것입니다. 자신은 신입사원이라고 하면서 일이 잘못 처리돼 깜짝 놀랐을 나를 걱정하며 백배사죄했습니다. 글 속에서 일에 대한 열정과 진심을 볼 수 있어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청년 실업난이 심각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사회의 구조를 탓합니다. 나 역시 나 자신보다는 사회 탓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일을 열정적으로 하고 있는 사람도 많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카드 하나만 보고 그 직원을 치켜세우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 카드 하나에서 자신의 일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모습을 본 것입니다.

나는 가격에 관계 없이 그렇게 성실한 사람이 다니는 회사를 이용할 것입니다. 회사와 사회는 이런 이들을 우대해야 합니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의 젊은이들과 함께 이 직원이 보여준 친절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고 싶어 이 글을 올렸습니다. 혹시 여러분은 모든 것을 남과 사회의 구조 탓으로 돌리거나, 자신의 불우한 환경을 탓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그렇다면 묵묵히 자신의 일에 충실한 이 직원을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작은 것에도 최선을 다하는 그 마음이 살아 있는 한 우리 사회에 퇴보는 결코 없을 것입니다.

/etack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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