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기업 분석가)들은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을 예상하느라 바쁘다. 적게는 2조500억(LG투자증권)에서 많게는 2조4,000억원(대우증권)까지 추정치가 다르지만 '사상최대 이익'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하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요즘 45만원대조차 아슬아슬하다. 10일 거래소시장에서는 삼성전자는 1.80% 오른 45만3,000원에 마감했지만 장 중 한때 43만6,000원까지 떨어졌다. 11월 초 48만원을 고점으로 찍은 후 좀처럼 50만원대를 돌파하지 못한 채 기력을 잃어가고 있다.
기업 실적은 좋다는데 왜 주가는 맥이 없을까. 우선 그동안 삼성전자 주식을 대량 사들였던 외국인투자가들이 11월 이후 회사측의 자사주 매입시기를 틈타 조금씩 이익을 실현하고 있다. 자사주 매수 물량이 받쳐주는 만큼 주가에 큰 충격을 주지 않고 많은 매물을 소화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자사주매입-외인 차익실현'패턴은 과거에도 반복돼 왔다. 45만원 이하에서 하루 10만∼20만주 이상씩 나오는 총 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수 주문이 현재로선 삼성전자의 유일한 주가 버팀목인 셈이다.
현재의 삼성전자 주가가 4분기 사상최대 실적을 이미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리증권 최석포 연구원은 "가격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D램 반도체 현물가격이 3.5달러 이하로 떨어질 경우 삼성전자 주가는 상승모멘텀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또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시장의 수급완화로 내년 2∼3월 이후 가격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이익모멘텀이 큰 휴대폰도 고도성장을 내년쯤 마무리하고 중저가 시장 위주로 수요가 형성될 전망"이라며 "큰 기대보다는 차분한 마음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우증권 정창원 연구원은 "세계 정보기술(IT)경기가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되고 삼성전자도 적기에 설비투자를 실시, IT경기호황을 맞이할 준비를 한 만큼 내년엔 52조9,000억원의 매출에 9조8,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아직 삼성전자의 영업실적과 주가는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으며 가파른 상승을 보였던 지난 2분기와는 달리 견조한 실적 개선에 의한 완만하고 꾸준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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