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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석의 브로드웨이 통신]안토니오 반데라스의 "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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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석의 브로드웨이 통신]안토니오 반데라스의 "나인"

입력
2003.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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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영화를 볼까 하고 고민할 때 주연배우가 누구인지를 본 후에 결정을 내리는 때가 많다. 그렇다면 뮤지컬을 볼 때도 출연배우를 보고 입장권을 살까?세계 뮤지컬의 메카인 미국 브로드웨이에서는 수많은 뮤지컬에 유명 영화배우, 가수들이 출연해 왔고, 지금도 출연 중이다. 뮤지컬 '캐츠'의 바바라 스트라이샌드가 '메모리'를 부르는 모습은 잊지 못할 명장면이었고, 최근에 '아이다'에서 토니 브랙스톤이 나와 열창을 하는 모습도 압권이라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유명 배우가 떠난 이후에도 이 뮤지컬들은 계속 공연됐다. 국내에 알려진 유명 뮤지컬인 '캐츠'나 '오페라의 유령'을 봐도 인기 배우와 뮤지컬의 흥행에 절대적 상관관계는 없는 듯하다.

그러나 올 봄 뮤지컬 '나인'에 출연한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경우는 달랐다. 다른 뮤지컬의 경우 유명배우의 출연 여부와는 관계 없이 롱런을 기록하며 오랫동안 인기를 끄는 것과 달리 반데라스의 '나인'은 그의 퇴장과 함께 막을 내리는 운명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출연 배우가 작품 흥행을 결정지은 예는 드물어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올 여름 최고의 히트작으로 꼽힌 '나인'은 14일 285회의 정규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4월10일 미국 뉴욕의 유진 오닐 시어터에서 시작된 '나인'은 작품에 대한 평가보다는 안토니오 반데라스라는 이 시대 최고의 섹시 스타의 출연에 이목이 집중됐다.

반데라스는 대단한 화제가 됐고, 흥행까지 돌풍을 일으켰다. 올해 토니상에서 '라보엠'이나 '라만차의 사나이'(돈키호테) 등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뮤지컬을 제치고, '나인'이 베스트 리바이벌 뮤지컬로 선정되며 상종가를 칠 정도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나인'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제시했다. 걸출한 스타인 반데라스가 없는 '나인'이 과연 이후에도 이런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라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이런 걱정은 현실로 드러났다. 반데라스는 프리뷰 공연부터 8월31일까지 출연한 후 본업인 영화로 돌아갔다. 존 스타모스라는 배우가 그의 자리를 메웠지만 이때부터 티켓 판매는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티켓판매가 상승세를 탄 12월 첫 주인 홀리데이 시즌에 조차 '나인'은 고작 45만 달러의 매출에 그치는 부진을 보였고,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씁쓸히 퇴장하게 됐다. 배우의 카리스마가 컸기에 그 빈 자리가 너무 컸다.

/최용석·브로드웨이 공연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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