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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 "연예가 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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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 "연예가 중계"

입력
2003.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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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고 정확한 '연예가 중계'에 걸맞은 소식입니다." 자, 다음의 질문에 답하시오. 이 멘트에 걸맞은 KBS2 '연예가 중계'의 취재기사는? 대형 연예기획사 합병 최초보도? 아니면 일본문화 조기개방? 정답은 코미디언 김진수의 결혼소식이다.이것이 지상파 TV 연예 정보 프로그램의 한계다. 매일매일 방영을 한다면 모를까, 일주일에 단 한시간 방영하는 지상파 TV의 연예 정보 프로그램은 늘 다른 매체보다 정보의 양과 속도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 다만 거기에 영상이 붙어 시청자에게 '연예인 보는 재미'를 주는 게 나름대로의 강점이다. 그리고 이는 연예 정보 프로그램에 패션쇼와 CF 촬영현장이 자주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고, 연예 정보 프로그램이 비난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보 프로그램이라는 형식에 걸맞은 양질의 정보 대신 흥미 위주의 기사만 다루는 것이다.

최근 연출을 맡은 박태호 PD가 직접 사회를 맡으며 변신을 추구한 '연예가 중계' 역시 이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듯하다. 최진실―조성민 소송 사건, 이재수 필로폰 투약 소식, 혹은 각종 결혼 소식 등 거의 모든 정보들은 이미 인터넷과 신문을 통해 시청자들이 익히 알고 있는 소식들이고, 접근방식도 스포츠 신문보다 새롭지도, 치밀하지도 못하다. 왜 시청자들이 TV에서까지 고현정이 이혼하면서 위자료는 얼마나 받는지, 양육권은 누가 가지는지를 '또' 봐야 하는 것인가. 그게 그렇게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다시 보여주고, 검은 배경 위에 대문짝 만한 크기로 자막을 달아 강조할 만큼 중요한 것인가.

기획기사도 마찬가지다. 스포츠 스타와 어울리는 연예인은 누구인가, 방송과 영화에 쓰이는 소품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방송금지의 역사 등 이미 여러 차례 다뤘던 소재들이 대부분이고, 그런 소재들은 진지한 접근보다는 시청자들의 호기심이나 웃음을 끌어내기 위해 선정된 것처럼 보인다. 그나마 진지하게 접근할 수 있는 소재도 현재의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가볍게 건드리는 데 그친다. 방송 금지의 문제는 현재 심의 문제에 대한 쟁점 제시보다는 신중현부터 이효리까지 방송 금지의 역사를 다시 한번 보여주는 데 그치고, 스타와 팬의 관계는 어김없이 '조용필이 팬클럽의 시초'같은 뻔한 내용과 스타가 좋아하는 스타 등의 흥미성 보도로 꾸며진다.

이에 비하면 차라리 최근의 인기 인터넷 검색어를 소개하면서 그 현상에 대해 분석하는 SBS '한밤의 TV연예'가 오히려 더 '정보' 프로그램에 가까워 보인다. 지상파 TV의 연예 정보 프로그램에서 필요한 것은 현재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흐름을 짚어 내고, 그것을 한층 깊게 분석하는 저널리즘적 시각이다. 그저 특종 몇 개, 기획기사 몇 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지상파 TV 방송에 적합한 보도 프로그램의 모습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연예계의 소식을 정보로서가 아니라 패널이 서로 웃고 떠드는 '오락'으로 만드는 '연예가 중계'의 모습은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변한 것은 '연예가 중계'가 아니라 진행 도중 능청스럽게 패널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빠르게 '연예인'처럼 변해가는 박태호 PD가 아닐까.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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