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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시간만에 극적구조된 강천윤씨/"사흘만 버티자" 대원들 다독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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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시간만에 극적구조된 강천윤씨/"사흘만 버티자" 대원들 다독여

입력
2003.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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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남극경험상 사흘만 버티면 살아남을 수 있을거라 믿었습니다."제17차 남극 월동원정대에 참가했다 거센 파도에 조난당한 후 51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강천윤(39·사진) 부대장은 10일 본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오랜 남극경험상 '남극의 눈보라(블리자드)는 사흘이면 가라앉는다'는 생각으로 침착하게 구조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강 부대장은 최남열(37), 김정한(27) 대원과 함께 6일 오후 4시25분께(이하 현지시각) '세종2호' 고무보트를 타고 칠레기지를 출발, 세종기지로 향하던 중 갑자기 눈보라가 섞인 돌풍이 불고 파도가 거세지자 출발 2시간30여분 만인 오후 7시께 기지복귀를 포기하고 인근의 넬슨섬에 비상 상륙했다.

강 부대장은 "일단 눈보라를 피할 수 있는 해안가의 큰 바위에 은신처를 마련한 뒤 '사흘만 버티자'며 대원들을 안심시켰다"고 말했다. 대원들은 체온유지를 위해 보트에서 꺼내온 여벌의 구명복을 온몸에 감싼 채 서로를 껴안았다. 하지만 구명복을 파고드는 칼바람을 모두 막아내지는 못했다. 대원들은 움직임을 최대로 자제한 채 서로의 몸을 비벼대며 살을 에이는 추위를 이겨나갔다. 깊은 잠에 빠져 동사하지 않도록 서로 돌아가며 깨워주는 식으로 선잠을 취했고, 저체온증에 걸리지 않기 위해 한 움큼의 눈만 섭취하며 갈증을 해소했다. 강 부대장은 "긴장탓인지 다행히 추위에 비해 배고픔은 덜했다"며 "'먹지않고 며칠을 버틸지 보자'는 농담까지 건네며 서로를 위로했다"고 말했다.

실종 이틀째인 7일 러시아 수색대가 섬 근처까지 접근했다 돌아갔지만 다음날 수색에 나선 경비행기가 마침내 손을 흔드는 강 부대장 일행을 발견, 극적인 구조에 성공했다. 강 부대장은 "대원들이 10여년의 남극경험을 가진 나를 믿고 잘 따라줬다"며 "반드시 구조될 것이란 희망이 대원들의 목숨을 구했다"고 말했다.

한편 나흘 동안 연구업무를 중단했던 남극 세종기지는 10일 오후부터 다시 연구활동에 들어갔다. 윤호일 세종기지 대장은 이날 해양연구원과의 전화통화에서 "해양 탐사를 비롯한 연구활동을 오늘 오후부터 단계적으로 재개했다"고 밝혔다.

윤 대장은 "무사히 귀환한 대원들 모두 '남극에 끝까지 남아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 전재규 대원의 죽음을 값지게 하는 것'이라며 잔류할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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