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0일 국회에서 논의중인 정치개혁안에 대해 구체적이고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유인태 정무수석이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제시한 '희망사항'은 지역구도 해소를 위해 비례대표를 권역별로 나누고 전국구 의원의 수를 대폭 늘리자는 것이다. 원론적으로 중·대선거구제로의 전환이 바람직하다고 보지만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려 할 경우, 지역구 의원의 수를 줄이는 것은 현실성이 없고 권역별 비례대표의 수를 지역구 의원의 절반 정도로까지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유 수석의 발언은 현재 273명인 의석수를 최소한 340명 이상으로 증원할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국회 의석 증원에 대한 논란이 없지 않은 상황에서 청와대가 앞장서서 대폭 증원을 주장하고 나섬으로써 정치권으로선 증원 논의에 대한 부담이 한결 줄었다. 각 당이 처한 사정이 달라 실제 어떤 합의가 이뤄질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결국 증원이 현실화할 공산이 한층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유 수석은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가 내놓은 정치개혁안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하는 형태로 이뤄진 이날 간담회에서 희망사항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에 대한 안전판 마련도 잊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총선 이후 의회 다수파에 총리 추천권을 주겠다"고 공약한 것은 지역구도 해소를 전제로 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한 것이다. 유 수석은 이날 지역구도 해소를 위한 최소한의 기대를 공식화함으로써 역으로 총리 추천권과 관련된 공약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기준도 함께 제시한 셈이 됐다. 이제 본격화할 국회의 정치개혁 논의에 총리 추천권의 향배까지 걸려 있다는 점에서 각 당의 대응이 주목된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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