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또다시 날개를 달았다. 총선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러시아 단합당이 450석의 국가두마(하원)의석 중 222석(잠정집계)을 차지, 제1당이 됐기 때문이다. 제1당을 고수해 온 공산당이 2당으로 밀려났고, 단합당은 친 푸틴성향인 자유민주당과 조국당 의석을 합치면 개헌선 300석을 확보했다. 내년 3월의 재선은 기정사실이 됐고 관심의 초점은 개헌을 통해 3선 고지에 도전하느냐에 쏠려 있다. 올해 51세인 그는 재선 임기가 만료되는 2008년에도 56세에 불과하다.■ 푸틴의 장기집권이 예상되는 것은 러시아 국민들이 강력한 대통령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소련 붕괴 후 끊임없는 정치불안에 시달려 온 러시아 국민들은 그에게 정치안정의 희망을 갖는다. 체첸반군에 대한 잔인한 진압과 언론탄압 및 거대재벌(올리가키)과의 쉴새 없는 갈등 등 문제의 소지가 많은 정책에도 불구, 국민적 지지를 누리는 이유다. 이번 총선도 부정선거라는 비난이 있었지만 대세를 돌리지는 못했다. 푸틴 자신도 이에 화답하듯 자신이 러시아제국을 일으킨 제2의 '표트르 대제'가 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그는 표트르 대제가 건설한 제정러시아의 수도 상트 페테르부르크 출신이다.
■ 푸틴은 초고속 승진가도를 달려 러시아의 국가원수가 됐다. 비밀경찰(KGB)의 동독주재 요원이었던 그는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시장이었던 아나톨리 소브차크에 의해 시의 대외협력담당관에 발탁됨으로써 오늘이 있게 된다. 그때 나이 38세. 소브차크가 시장선거에서 떨어지자 한때 낭인생활을 하기도 했지만 고향 선배에 의해 크렘린 총무실 차장에 임명된 뒤 불과 3년4개월 만에 대통령이 돼 세계를 놀라게 한다. 1999년 12월31일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사임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이 됐다. 그때 그가 옐친에게 한 얘기는"(대통령 자리는) 너무 막중하고 어려운 임무라서 준비가 돼 있는지, 하고 싶은지조차 잘 모르겠습니다"였다. 3개월 뒤 그는 대통령선거에서 승리, 권한대행의 딱지를 뗀다.
■ 우리 입장에서 푸틴의 권력강화에 관심을 갖는 것은 러시아는 권력이 안정되면 아시아와 극동에 눈을 돌렸다는 점 때문이다. 대통령 취임 직후 평양을 방문했고 지난 해 김정일 위원장과 연해주에서 회담을 갖는 등 푸틴의 대북관심은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러시아는 6자회담에도 참여, 북한핵 문제에 독자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푸틴의 승승가도가 북한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병규 논설위원 veroic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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