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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타계한 겨레童心의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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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타계한 겨레童心의 스승

입력
2003.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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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고운 어린이 노래 만들기에 한 생애를 헌신한 윤석중씨가 타계했다. 아동문학계를 이끌고 빛낸 큰 별이 졌다. 그는 어린이가 식민지적 상황에서 주눅들지 않고 씩씩하게 자라도록, 겨레가 희망의 씨앗을 잃지 않도록 노래를 만들어 보급한 선각자였다. 나라를 되찾은 후에도 그의 노래는 어린이에게 맑고 우렁차게 불려 왔으며, 모국어가 살아 있는 한 영원히 그럴 것이다.그 앞에서 동요를 '작고 어린 장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는 1,200편의 동시를 썼고, 그 중 800편이 동요로 만들어졌다. 60대 이하 중 그의 노래를 부르지 않고 성장기를 보낸 사람은 없다. 우리가 흥얼거리는 동요의 반은 그의 노래다.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벌판을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어린이날 노래')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던지자…> ('퐁당퐁당')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해님이 쓰다버린 쪽박인가요…> ('낮에 나온 반달')

또 '우산 셋이 나란히' '기찻길 옆 오막살이' 처럼 친숙하고 주옥 같은 노래와 국민동요처럼 된 '졸업식 노래' '새나라의 어린이' 등 헤아리기 힘들다. 그는 "어린이 노래에서 한숨과 슬픔을 몰아내고, 기쁨과 희망을 주자"는 결심으로 동시를 쓰기 시작했다. 지나치게 낙천주의적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씩씩한 정서를 배운 어린이가 자라서 서정적인 음악을 만들게 되었다. 또한 겨레의 정서가 밝고 긍정적이 되어 시련을 이기게 해 주었다.

그는 우리말을 향토적·서정적 동시어로 가다듬어 새로운 아동문학의 초석을 쌓았다. 아름다운 정서는 그의 수명도 92세까지 지탱해준 모양이다. 만년까지 동요를 쓴 그는 동요보다 대중가요를 더 좋아하는 어린이의 정서적 혼탁을 염려했다. 어린이가 어린이답게 크려면 어린이 언어가 살아 있어야 한다는 깨우침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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