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의 4강 신화 재현에 나섰던 청소년축구대표팀이 맞수 일본에 일격을 당해 8강 문턱에서 발길을 돌렸다. 남북단일팀이 출전했던 91년 포르투갈대회(8강 진출)이후 12년 만의 16강 진출을 위안으로 삼기에는 1승3패(3득점, 5실점)라는 성적표가 너무 초라하다.반면 '일본 8강, 한국에 연장 역전'이라는 제목으로 닛칸스포츠가 1면에 대서특필 하는 등 축제분위기에 휩싸인 일본은 95,97년 연속 8강, 99년 준우승 등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어 한일 축구의 명암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수비 축구 한계 절감
'선수비 후역습' 전략으로 독일을 침몰시키며 기세를 올렸던 한국은 파라과이, 미국전에서 무기력한 플레이로 일관, 수비 축구의 한계성을 드러냈다. 박성화 감독은 훈련 과정에서 빠른 템포의 공격과 압박축구로 유럽과 남미의 강호들을 공략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유럽과 남미의 벽 앞에서 '잠그는 축구'라는 고육지책으로는 세계의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수비 지향적 전술로는 이길 수 없다는 진리를 재확인한 셈이다. 현지에 온 해설위원들은 한결같이 수비진에서 미드필더진을 거쳐 최전방으로 나아가는 공격 전개 양상이 적극성을 결여했다고 지적했다.
킬러 부재 재확인
한국은 김동현(오이타) 정조국(안양) 최성국(울산) 등 동급 최강의 골잡이들을 총동원했지만 이들에게서 나온 골은 최성국이 일본전에서 뽑은 선제골 뿐이었다. 정조국과 김동현은 좋은 체격 조건에도 불구하고 스트라이커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 중 하나인 볼 키핑력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동료로부터 받은 공을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하는 한 '제2의 플레이'가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차세대 유망주로 떠오른 미국의 에드 존슨, 일본의 사카타 등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 4경기에서 3골에 그치는 골결정력 부재를 재확인했다.
조윤환 전북 감독은 "한국은 세계수준과 비교해 볼 때 중상수준으로 평가되지만 창의적인 축구를 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 같다"며 "대표팀이 구사하는 4―4―2 전형의 경우 수비 조직력은 어느 정도 안정돼 있으나 먼저 실점했을 경우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하는 등 선수들의 전술이해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여동은기자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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