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전자업체 사이에 합작사 설립이나 전략적 제휴 체결 등 '짝짓기'가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이 같은 제휴는 10여건을 넘어섰다.
주목할 것은 최근 한일 전자업체의 짝짓기가 달라진 양국 전자업계의 위상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 디스플레이와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앞서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최소한 대등한 관계 또는 우위에 서서 짝짓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기업은 올들어 일본 업체와 합작사 설립 2건, 전략적 제휴 5건 등의 계약을 체결한 삼성전자. 9월 도시바와 광스토리지 분야의 합작사를 세웠던 삼성전자는 10월 소니와 차세대 TV용 LCD를 생산하는 합작사를 설립했다. 소니와의 LCD 합작사 설립은 삼성이 사실상 우위를 점한 제휴이며, 도시바와의 광스토리지 합작사도 삼성의 제조 경쟁력과 도시바의 기술력이 결합한 대등한 위치의 제휴라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7월 NEC와 하이엔드 컴퓨팅 시스템 분야의 상호기술 협력과 공동마케팅 제휴를, 4월에는 산요와 에어컨 전략기종 공동개발 제휴를, 1월에는 마쓰시타와 DVD레코더의 기술표준화를 위한 전략적 제휴를 각각 체결했다.
LG필립스LCD도 4월부터 히타치와 IPS 기술에 대한 공동 프로모션을 벌이고 있다. IPS 기술은 LCD의 단점으로 지적돼온 시야각 문제를 해결한 기술. 히타치가 처음 개발했지만 LG필립스LCD가 제품화와 대량생산에 성공, 양 사 모두에게 '윈―윈' 제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앞서 삼성SDI도 2001년 NEC와 유기EL의 개발, 생산, 판매를 위한 합작법인 'SNMD'를 설립했다.
삼성의 모바일 디스플레이 기술 및 판매 노하우와 유기EL 관련특허를 다량 보유한 NEC의 기술력이 결합돼 윈―윈 제휴의 대표사례로 꼽힌다.
LG전자도 2000년부터 히타치와 공동출자(LG 49%, 히타치 51%)로 CD롬 및 DVD 등 컴퓨터 관련 광 스토리지 분야의 연구개발과 마케팅을 전담하는 합작회사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
동양증권 민후식 기업분석팀장은 "기술적 주종 관계 성격이 강했던 과거와 달리 일본 기업의 필요에 의해 이뤄지는 제휴가 많다"면서 "앞으로 한국과 일본이 기술개발, 중국이 생산을 맡는 한, 중, 일 3국간 제휴도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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