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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 中동포 파출소근처 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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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 中동포 파출소근처 동사

입력
2003.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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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일제단속으로 일자리를 잃은 재중동포가 새벽 서울 도심 길거리에서 배회하다 경찰에 수차례 도움을 요청하고도 지원을 받지 못한 채 동사했다. 이로써 지난달 11일 스리랑카 출신 외국인 노동자가 지하철 역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 7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숨졌다.14차례 도움 요청

9일 오전 5시20분께 서울 종로구 혜화동 혜화고가 인근 도로변에서 재중동포 김원섭(44)씨가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환경미화원 K(55)씨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김씨의 머리맡에는 가족 사진 20여장이 든 손가방과 손지갑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조사 결과 김씨 휴대폰에는 이날 오전 1시15분 119에 1분43초 동안 전화한 것을 시작으로 1시18분 112에 13초, 1시54분 4분17초 등 오전 4시25분까지 112에 13차례 전화한 기록이 남아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112신고를 하면서 "종로4가에서 창경궁으로 가는 길에 있는데 힘이 없어 못 가겠고 추워 죽겠다"며 순찰차를 보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어 '집이 어디냐'는 경찰관의 질문에 "종로5가 기독교100주년 기념관이다"고 답했으며 '택시를 타고 가라'고 하자 "돈이 없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김씨가 발견된 지점은 종로경찰서 혜화지구대에서 불과 20여m 떨어진 곳이어서 경찰이 즉각 조치를 취했더라면 목숨을 구할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여 경찰이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경찰은 "112신고는 신고자가 신고장소와 상황 등을 명확히 신고해야 접수되는데 김씨가 정확한 위치를 알리지 않아 공식 접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中집 팔아 밀입국, 체임으로 귀국못해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출신으로 중국집을 팔아 비용을 마련, 2000년 7월5일 부인과 두 자녀를 중국에 남겨두고 밀입국했던 김씨는 입국 후 건설현장에서 막노동을 했으며 그동안 500만∼600만원의 임금도 받지 못했다. 이 상황에서 정부 단속이 시작되자 지난달 26일부터 서울 기독교 100주년 기념관에서 다른 재중동포들과 불법체류자 강제추방 반대 농성을 벌였으며 8일 체불임금을 받으러 나갔다 변을 당했다. 김씨의 사망 소식을 들은 부인 심금순(43)씨 등 유가족들은 장례를 치르기 위해 현재 한국 입국을 추진중이다. 서울 '중국동포의 집'의 김해성 목사는 "김씨의 직접 사인은 동사지만, 도피생활의 불안감과 체불 임금을 못 받아 중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실감 등도 사인의 하나"라며 "파출소 옆에서 수차례 신고를 하다 죽어가는데도 경찰이 출동하지 않았다는 것은 비상신고체계의 허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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