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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의 국제논평]한중일 "아세안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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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의 국제논평]한중일 "아세안 동상이몽"

입력
2003.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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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월 15∼16일, 이틀간 외교통상부 주최로 동아시아 포럼 창립 총회가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한국정부가 주도했던 동아시아 연구그룹(EASG)이 제안, 지난해 '아세안 + 3' 정상회담에서 공식 채택된 이 포럼에는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 3국의 관, 산, 학 대표들이 참가하여 동아시아 공동체 구축을 위한 협력 방안들을 심도 있게 논의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여기서 한가지 흥미 있는 것은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에 대한 한·중·일 3국의 동상이몽이다. 기본적으로 한국은 한·중·일 동북아 3국간의 지역 협력의 기반을 다진 후에 '아세안 + 3'의 큰 틀에서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다지는데 역점을 두어 왔다. 국민의 정부가 주장해 왔던 동북아 자유무역지대(FTA) 제안이나 참여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동북아 비지니스 허브 국가 개념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과 일본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중국은 한국, 일본보다는 동남아 국가들과의 경제 협력에 더 큰 역점을 두고 있다. 중국이 향후 10년 이내에 아세안과의 자유무역지대협정을 체결키로 합의한 것에서도 이는 여실히 드러난다. '선 동남아, 후 동북아' 라는 중국의 우회적 지역주의 구상은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에 있어 중국의 패권적 의도를 암시해 주는 대목이다.

물론 중국은 일본, 한국에 비해 유리한 입장에 있다. 중국은 지리적으로 동남아와 인접해 있을 뿐 아니라, 역사적으로 조공체제의 확대를 통해 동남아를 중국의 세력권에 편입시킨 바 있다. 동남아 전역에 화상(華商)이 많은 것도 바로 이 같은 연유에 기인한다. 또한 동남아의 자원과 중국의 시장이라는 경제적 보완관계가 이러한 구상을 가능케 했다고 보여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세안과의 제도화된 지역 협력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오던 일본 역시 보다 전향적이고 공세적인 대 아세안 정책을 취하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다음 주 'ASEAN + 1' 이라는 구도 하에 아세안 10개국 수뇌들을 일본에 초치,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을 공식으로 제의할 예정이다. 더구나 지난 10월 발리에서 열린 'ASEAN + 3' 정상회담에서 일·미동맹을 이유로 유보해왔던 아세안과의 우호협력조약 체결도 긍정적으로 검토키로 했다.

일본의 이러한 정책 전환은 아세안의 경제적 영향력 증대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동남아 국가들은 아세안을 매개로 역내 자유무역지대를 구축하는 등 지역 통합과 경제력 증대에 커다란 진전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의 아세안 정책은 경제적 측면 외에 중국의 남진 정책에 대한 전략적 대응으로 풀이할 수 있다. 최근 아세안에 대한 인도의 적극적 접근도 같은 맥락에서 파악될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이 중국과 일본은 '아세안 + 1'이라는 틀에서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에 접근하고 있다. 이는 중·일간에 새로운 패권 경합을 야기시키면서, 동아시아의 공동 평화와 번영의 실현을 저해 할 수도 있다. 동북아와 동남아를 통합하는 동아시아 공동체는 '아세안 + 1 (중국 또는 일본)' 이라는 각개 접근이 아니라 '아세안 + 3 (한·중·일)'의 기본 구도 하에서 추진 되어야 한다. 이 점에서 이번 개최되는 동아시아 포럼은 한국 외교의 역량을 가늠하는 중차대한 실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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