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사면제도에 대한 법무부 등의 광범위한 여론수렴 작업이 '헌정 사상 첫 사면법 개정'으로 이어질지 여부가 주목을 끌고 있다.그 동안 법조계 등에서는 지나친 사면권 남용이 법적 안정성을 헤치고 있다는 지적을 제기해 왔다. 물론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너무 잦은 사면과 원칙없는 사면 대상자 선정, 비리 정치인에 대한 면죄부 성격의 사면 등은 문제가 많다는 것.
실제 우리나라에는 1948년 9월 건국 경축 대사면 이후 무려 90여회의 사면이 이뤄졌으며 매번 높은 형량을 선고받은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 선거사범이 대거 면죄부를 받아 국민의 비난을 샀다. 특히 지난해 연말 특별사면 때는 사면 대상자들이 특사 발표 직전에 무더기로 항소 및 상고를 취하, 사면 요건을 맞추는 등 '짜고 치는' 사면이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제헌국회에서 제정된 사면법이 55년 동안 존속하고 있는 현실도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가혹한 일제 식민지 법률의 피해자들에 대해 무제한적 사면이 가능하도록 대통령에게 강력한 권한을 부여한 것이 시대가 바뀐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게 비판론의 요지다. 이 때문에 지난 60년과 91년 윤형남, 윤길중 의원이 사면법 개정안을 제출했으나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폐기됐다. 지난 2월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이 제출한 개정안도 법사위에 상정만 된 채 표류 중이어서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주무 부처이면서도 사면법 개정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던 법무부가 행동에 나선 부분은 주목할 만하다.
법무부의 의뢰를 받은 형사정책연구원은 설문지에 '지금까지 이뤄진 사면조치가 정당했느냐' '비리정치인 사면 도구로 사용되지는 않았느냐' 는 등의 일반론적 내용과 함께 '사면제도가 법적 형평성을 해친다고 생각하느냐' '사면대상자 선정과정에서 사법부의 의견이 반영되야 하느냐' '구체적인 사면제도 개선방안은 어떤 것이 있는가' 등의 구체적 질문을 함께 기입했다. 이 중에는 그 동안 정치권 및 시민단체 등에서 요구해 온 사항도 일부 포함돼 있어 이번 조사가 단순히 의견수렴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강금실 법무부장관도 지난 8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외부기관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는 대로 사면법 개정안을 만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50여년만의 첫 개정인데다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의 고유권한을 제한하는 조치인 만큼 실제 개정안 도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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