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서용(徐勇·41)씨가 9일 중국 베이징(北京) 중앙미술학원 미술관에서 둔황(敦煌) 벽화 그림전 '서용…그리고 둔황'을 열었다. 서씨는 1997년부터 7년 째 둔황 막고굴에서 생활하면서 500여 개에 달하는 석굴의 벽화를 임모(臨模)하고 또 현대미술로 재창조하는 작업으로 중국 둔황 학계의 관심을 끌어 왔다. 서울대 동양화과를 졸업한 그는 베이징(北京) 중앙미술학원 벽화과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란저우(蘭州)대학 역사과에서 돈황학 박사과정을 마쳤으며 현재 베이징 중앙미술학원 벽화과 객원교수로 있다. 14일까지 열리는 전시회 개막식에서 서씨를 만났다.그는 "97년 3월부터 둔황에서 부처님 팔을 베고 생활했다. 사막 뙤약볕에 얼굴은 시커멓게 그을리고 한치 앞도 안 보이는 황사바람에 석굴에 한 번 올라갔다 오면 온 몸이 미이라처럼 된다. 그렇게 척박한 둔황에서의 생활이 이제는 오히려 편하고 행복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서씨는 94, 96년에도 베이징에서 두 번 성공적인 개인전을 열었다. 그것이 그를 둔황으로 가게 한 계기가 됐다. " 전시회를 열면서 오히려 서구 현대미술이 주는 일시적, 순간적인 자극에 고무돼 그것을 맹목적으로 추종해온 것은 아니었나 하는 회의가 들었다. 그 해답을 구하기 위해 둔황으로 갔다. 둔황 벽화를 보는 순간 충격을 받았다. 500여 개의 석굴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벽화 전체는 물론, 구석진 곳 손바닥 만한 벽화 한 부분에서도 현대미술에 비길 수 없는 특이함이 살아 숨쉬고 있었다."
그는 "그때 귀국을 포기하고 둔황에서 그림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고 말했다. 길들여졌던 버릇을 버리기 위해 모사 작업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는 모사 작업과 함께 둔황 벽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사막지대 척박한 땅의 이미지를 융합시킨 작품 50여 점이 나온다. 높이 2m50㎝, 길이10m나 되는 작품 등 거의가 대작이다.
"한국문화의 근간이 불교문화에 있다고 볼 때 둔황 예술은 한국문화의 큰 줄기를 형성하는 데 지대하게 공헌했다고 생각합니다. 둔황 예술은 중국만의 예술이 아니라 한국 예술과 직접적 연관성을 갖고 있지요. 둔황에서 생활하면서 둔황에 대한 한국의 관심이 일본이나 기타 외국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한국에서도 열릴 이번 전시가 둔황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베이징= 송대수 특파원 ds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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