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찾는 젊은이들과 상담하다 보면 이들이 취업 관문을 뚫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충을 겪고 있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지명도 높은 대기업의 입사 경쟁률이 수백대일에 달한다는 뉴스는 이제 놀랍지도 않다. 최근 어느 은행의 경력자 공채에는 박사 학위 소지자, 유명 MBA(경영학 석사) 출신, 해외 전문 자격증 취득자가 대거 몰렸다.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아직도 '지금 잘 나가는 기업'만을 고집하면서 아까운 청춘과 재능을 낭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명문대를 졸업한 어느 젊은이는 "대기업 입사를 위해 오랫동안 공부를 해왔고 꾸준히 자료를 수집해오다 보니 솔직히 중소기업에 눈이 가지 않는다"고 털어 놓았다. 대기업에 들어가기 어렵기 때문에 중소기업으로 방향전환을 해야 한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지금부터라도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일에 관심을 기울이라고 조언하고 싶다. 편안하고 이름있는 직장에서 출발하는 것을 누가 마다 하겠는가? 그렇지만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무작정 세월을 허송하는 것은 전략적 사고가 아니다. 필자가 알고 있는 어느 중소기업은 재무구조가 탄탄한 유망 기업이지만 사람을 구하지 못해 고민이다. 이런 기업에서 일하면 정말 배울 게 많다. 중소기업에선 여러 가지 일을 직접 해야 하며, 즉석에서 어려운 결정도 해야 한다. 온갖 사람들을 찾아 다니며 망해가는 기업의 현장도 살피고, 맨주먹으로 기업을 살리는 경험도 할 수 있다.
중소기업에 관심을 갖고 싶지만 정보가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은 자신이 게으르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다. 대기업 취업에 들이는 노력의 절반만 투입해도 중소기업에 관한 취업정보는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어떤 분야에서 일할 것인지 정하고 해당 기업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라. 코스닥 업체는 재무정보까지 제공된다. 신문을 꼼꼼히 살펴라. 비전 있는 기업은 신문 방송 매체에 등장한다. 설립 연도가 오래된 기업이면 대체로 안정적이다.
지금의 대기업이 20년 후에도 대기업으로 남을 가능성은 10%에 불과하다. 당신보다 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되는 친구가 훗날 보란 듯이 성공해 있다면 당신의 기분은 어떻겠는가. 이는 실제로 필자 세대라면 드물지 않게 경험하는 일이다. 도서관에서 수험서를 읽는 것도 좋지만 현재의 목표가 자신의 인생에서 얼마나 올바른 판단인지를 한번쯤 진지하게 고민해보기 바란다.
홍 석 기 한스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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