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길에서 띄우는 편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길에서 띄우는 편지

입력
2003.12.10 00:00
0 0

일출과 일몰은 어떤 의미일까요. 사람들은 흔히 일출과 일몰때의 붉은 빛에 젖어 생성의 기쁨과 소멸의 허무함을 생각합니다. 하지만 산과 바다를 태우는 붉은 빛, 그 자체는 단순한 과학현상일 뿐입니다. 태양이 대기층을 통과할 때 산란이 적은 붉은 빛을 많이 통과시키고 나머지 색은 적게 통과시킨 결과죠.일출은 태양과 수평선과 관찰자의 위치가 동일선상에 있을 때 시작됩니다. 떠오르고 가라앉는 순서만 뒤바뀔 뿐 일몰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전국적으로 수많은 일출과 일몰 명소들이 있지만 눈에 보이는 태양은 모두 똑같습니다. 이렇게 보면 굳이 멀리 가서 해를 볼 이유도 없는 셈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연말연시만 되면 일출과 일몰을 찾아 대이동을 합니다. 전국의 해맞이, 해넘이 명소에는 인파가 몰려 최악의 교통체증이 유발돼 여행 자체가 고통스럽지만 사람들은 그다지 괘념치 않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해를 보기 위해 일출과 일몰의 명소를 찾아간다는 것은 아니라는 거죠. 고행길을 마다하지 않는 행렬에는 순례자의 경건함마저 배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일출과 일몰에 대한 추억이 많습니다. 해운대해수욕장에서의 일출은 어릴 적 자주 보아온 모습이지만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올 가을 보았던 울릉도 사동 앞바다의 일몰은 처연한 느낌마저 갖게 했습니다.

몇 차례 해외여행때도 어김없이 일몰이나 일출을 찾아 나섰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발리의 짐바란 해변과 따나롯사원 앞의 일몰, 사이판의 한 호텔에서 즐겼던 선셋파티, 말레이시아 채러팅해변에서 맞이한 일출 등 열대지방에서의 경험은 말로 옮기기 힘들었습니다. 같은 태양이 만들어내는 작품이지만 태양과 구름의 조화, 주변의 소품에 따라 천차만별이었고 그 때마다 느끼는 감흥도 달랐습니다.

그때마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고 다짐했었죠. 지금 그 소원과 다짐이 이뤄졌는지를 헤아려보면 실망과 부끄러움이 교차합니다. 그러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스스로의 다짐을 약속하는 매개체로서 일몰과 일출은 영원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한창만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