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중순 공개된 오사마 빈 라덴의 비디오 메시지는 "우리는 명분 없는 이라크 전에 참여하는 국가에 대해 보복할 권리가 있다"는 말을 담고 있었다. 그 뒤를 이은 알카에다의 테러 경고도 이제 이슬람 원리주의 테러의 타깃이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11월 이후 이라크와 중동 각지에서 연쇄테러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제 우리 근로자를 목표로 한 것으로 보이는 테러까지 빚어졌다.EBS '시사다큐멘터리'가 특별 기획한 2부작 '테러의 실체를 찾아서'(사진)는 우리도 더 이상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 없게 된 테러를 본격적으로 조명했다. 10일 밤 10시에 방송되는 1편 '테러 예방, 가능한가'는 미국 PBS가 제작한 것으로 미 정부의 테러예방 정책을 살펴본다.
미국은 9·11 사태 직후 테러 예방을 목표로 한 애국법을 제정했지만 테러와 무관한 아랍계 시민들을 기소하는 등 인권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13일 FBI가 뉴욕주 버펄로 근교의 라카와나에서 '알카에다 세포조직'을 검거했다고 발표한 것도 지금은 그 신빙성에 의심이 일고 있을 정도다. 제작진은 무분별한 테러 수사 이상의 근본적 테러 억제 대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17일 밤 10시에 방송되는 2편 '자살폭탄테러범, 그들은 누구인가'는 자살폭탄 공격을 시도하다가 생포된 죄수 5명의 육성 고백을 공개한다. 영국 채널4에서 제작한 이 프로그램은 무엇이 이들을 자살폭탄 공격이라는 극단적 수단으로 내모는지를 심층 인터뷰를 통해 밝히려 한다.
폭탄 제조 혐의로 수감된 24세의 엔지니어 마지는 "만약 미국과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서 어린 아이를 한 명 죽이면 자신도 곧바로 텔아비브에서 똑같이 어린 아이 한 명을 죽일 준비가 돼 있다"고 단언한다. 이 싸움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테러에 대한 언론의 센세이셔널한 접근에 불만을 느낀 시청자라면 테러의 근원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을 만하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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