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도 이렇게 오랜 세월 지속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압제의 굴레가 지배하던 시절, 자식을 민주화의 제단에 바친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어머니들이 오는 11일 '목요집회' 500회를 맞이해 서울 종로2가 탑골공원 앞에 선다. 올해로 10년째를 맞이한 민가협 목요집회는 일제 군대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집회에 이은 국내 최장기 정기집회다.
1985년 군부독재 하에서 자식들이 잡혀가 고문을 당하고 장기수가 되면서 이들의 석방을 위해 모인 민가협 소속 어머니들은 93년 문민정부 출범 이후에도 자식들이 여전히 차가운 감옥 속에 머물자 양심수 석방과 국가보안법철폐를 요구하며 자식들의 사진을 끌어안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이곳 탑골공원 앞에 섰다. 그동안 암에 걸려 감옥에 갇혀 있는 아들을 살려달라는 구순의 할머니부터 엄마와 아빠가 집으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던 5살 소년 등 수많은 인권피해자들의 절규와 눈물이 있었고 아르헨티나 5월 광장 어머니회 등 국제인권운동가들과 문인, 가수 등 연 2만여명이 이들과 연대했다.
목요집회는 10여년간 양심수와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국내 대표적인 '인권집회'로 자리잡았다. 비전향 장기수의 문제를 제기해 40여년간 외로운 감옥생활을 해 온 장기수들의 석방과 북송이 이루어졌고 영문도 모른 채 간첩이 돼 버린 조작간첩사건 연루자들이 석방돼 가족을 만났다. 고문 기술자 이근안이 검거되고 경찰 폭력과 감옥인권이 조금씩 개선되기도 했다.
민가협 채은아 총무는 "아직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포함해 800여명의 양심수가 감옥에 있고 국가보안법 등에 의한 인권침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우리들의 외침은 인권이 실현되는 날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500회 기념 집회에는 95년 석방된 비전향 장기수 안학섭씨, 고 박종철 열사의 부친 박기정씨 등 양심수가족들이 함께한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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