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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안전대책 없는 극지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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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안전대책 없는 극지 연구

입력
2003.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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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세종기지 월동연구대원들의 조난으로 연구원 1명이 숨졌다. 국민들을 가슴 졸이게 했던 실종자들이 전원 구조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장래가 촉망되던 젊은 과학자의 희생은 가족은 물론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심심한 조의를 표하며 명복을 빈다.이번 사고는 극지에 대한 연구가 꿈과 도전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 주었다. 우리는 그동안 세계에서 16번째로 남극에 과학기지를 세워 과학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광물 및 생물자원을 개발하는 것만 자랑했을 뿐 연구원들의 생활환경과 안전에는 소홀했다. 기지가 설립된 1988년 이후 15년 동안 거의 매년 실종·표류사건이 발생했는데도 근본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 남극에 기지가 있는 대부분의 국가가 쇄빙선과 항공기를 갖춘 것과 달리 세종기지의 이동수단은 고무보트가 전부다. 연간 30억원의 예산으로는 기본적인 시설 보수도 어려워 창설 당시의 시설과 장비를 지금도 쓰고 있다. 다른 나라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실종자 수색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정부는 2005년부터 700억원을 들여 현재의 세종기지보다 위도가 높은 지역에 제2기지를 건설할 방침이라고 한다. 그러나 새로운 기지를 건설하는 외형적 발전에만 치중하고 내실을 갖추지 않을 경우 이번과 같은 사고가 또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정부는 수년째 안전시설과 운송수단을 지원해 달라는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러면서 지난해에는 북극에도 다산기지를 개설했다. 남극만이 문제가 아닌 것이다.

과학기지 운영은 다른 어느 분야보다 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이어야 한다. 예산 증액을 통해 쇄빙 기능을 갖춘 조사연구선과 헬기를 서둘러 확보하고, 파견대원들에 대해 보다 철저한 훈련을 실시하는 등 전반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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