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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1호 생존대원 인터뷰/"잡았던 전 대원 파도에 놓쳐 수없이 암초 충돌 해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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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1호 생존대원 인터뷰/"잡았던 전 대원 파도에 놓쳐 수없이 암초 충돌 해안으로"

입력
2003.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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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이 끊긴 '세종2호' 대원 3명을 찾아 남극바다로 나선 5명의 대원들은 배가 뒤집히면서 바다와 빙하 위에서 사투를 벌여야 했다. 조난당한 지 13시간(현지시간 8일 오전 10시20분)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정웅식(29) 김홍귀(31) 대원은 9일 밤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당시의 처절했던 상황을 전했다.―조난 당시 상황은.

"블리자드가 초속 12m로 부는 오후 7시10분 5명의 대원이 '세종1호' 고무보트를 타고 수색을 시작했다. 실종대원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 알드리섬 인근 해안선을 따라 중국기지쪽으로 이동하던 중 오전 8시50분께 갑자기 역풍이 불면서 앞이 보이지 않더니 '퍽'하는 소리와 함께 배가 심하게 흔들렸다. 순간 몸이 튕겨져 나갔고 대원들의 고함과 비명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바닷물에 빠진 뒤에는.

"바닷물이 몸 속으로 밀려들자 얼음 속에 갇힌 물고기처럼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헤엄은 엄두도 낼 수 없었고, '이러다 죽겠구나' 하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일단 정신을 차려 휴대하고 있던 방수팩에서 무전기를 꺼낸 뒤 '배가 뒤집혔다'고 송신했지만 물에 젖은 무전기는 곧 끊겼다. 그 때 다행히 대원들의 목소리가 들려와 서로의 위치와 생사를 확인하고 한 곳으로 모였다."

―전재규 대원은 어떻게 숨졌나.

"배 앞쪽에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방향을 유도하던 전 대원은 배가 뒤집힐 때 보트 줄을 잡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다른 대원보다 멀리 튕겨져 나갔다. 정신을 잃은 듯 배영하는 식으로 똑바로 가만히 누워 있었다. 가장 가까이 있던 진준 대원이 구명복 뒷덜미를 잡았지만 파도가 쳐 놓쳤다."

―상륙은 어떻게 했나.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서로 '힘내라' '정신차리라'라고 소리치며 희미하게 보이는 해안으로 헤엄쳤다. 작은 암초에 수없이 부딪히면서 해변가로 밀려왔는데 몸이 굳어 일어나질 못했다. 육지에 올라 전 대원을 찾았지만 너무 어두웠고 파도가 심하게 쳐 찾지 못했다. 다음날 전복된 위치에서 좌측에 있는 큰 바위 옆에서 시신을 발견했다. 우리 상륙지점에서 20∼30m 떨어진 곳이었다.

―구조되기까지 어떻게 추위를 견뎠나.

"모두 방수·방한복을 입고 있었지만 온 몸에 힘이 빠지고 떨렸다. GPS를 이용, 중국기지로 가려고 했지만 블리자드가 불어 8일 새벽 1시께 '이나치'라 불리는 칠레 하계연구소 컨테이너로 갔다. 그곳엔 가스레인지 주전자 히터가 있어 뜨거운 물을 마실 수 있었다. 모포 2장을 2사람이 1장씩 나눠 덮고 서로 끌어안은 채 잤지만 깊은 잠을 자지는 못했다. 그렇게 밤을 새고 아침 9시께 무전기 등 장비를 찾기 위해 현장으로 갔는데 그곳에서 러시아 구조대를 만났다."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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