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언간 4년의 세월이 흘렀다. 한 세기가 꺾인다는 1999년 12월31일과 2000년 1월1일. 별난 순례자들이 있었다. 서해안에서 저녁 일몰을 보고 밤새 차를 몰아 동해안에서 새벽 일출을 맞는 사람들이었다. 멋은 있었겠지만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두 가지를 한 곳에서 해결할 길은 없을까. 간단하다. 남쪽의 섬을 찾으면 된다.남해안에서 일몰과 일출을 모두 볼 수 있는 곳은 남해도, 돌산도, 거제도 등 제법 많다. 모두 육지와 다리로 연결돼 차를 몰고 들어갈 수 있다. 전남 완도도 그 대열에 든다. 다리로 연결된 섬 중 가장 남쪽에 있다는 점은 완도만의 매력이다. 거침없이 광활한 태평양에서 지는 해와 뜨는 해를 모두 구경할 수 있다. 남쪽이어서 춥지도 않다.
해넘이의 장소는 화흥포항. 완도의 서남쪽 끄트머리에 있는 포구이다. 주차장이 넓고 바다로 긴 방조제가 드리워져 있어 많은 사람이 함께 낙조를 구경할 수 있다. 화흥포항에서 바라보는 서쪽의 수평선은 단순하지 않다. 남쪽의 소안도, 노화도 등 큰 섬은 물론 횡간도, 흑일도, 백일도 등 작은 섬들이 보석처럼 이어져 있다. 겨울 해는 절묘하게 그 섬들을 피해 수평선으로 진다.
다도해에서 섬이 아닌 수평선으로 해가 바로 떨어지는 경우는 보기 쉽지 않다. 수평선에 연하게 낀 물안개와 태양의 빛이 함께 빚어내는 오메가(Ω) 현상을 만나는 것은 보너스다. 동해안의 일출에서는 흔하지만 서남해안의 일몰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풍경이다.
해돋이의 포인트는 완도읍이다. 동망봉, 남망봉, 북망봉 등 해발 150m급의 야트막한 세 개의 봉우리가 있다. 약간의 다리품을 팔면 다도해의 푸른 바다를 발 아래로 굽어보며 동쪽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맞는다.
더 나은 일출을 보려면 배를 타는 것도 좋다. 선상(船上) 일출의 명소는 당사도 앞바다. 다도해의 남쪽 끝섬인 당사도는 영화 '그 섬에 가고 싶다'의 촬영지로 제법 알려져 있는 섬이다. 이 섬 바깥으로 망망대해가 시작돼 조상들은 먼바다로 나갈 때 이 섬에 들러 무사평안을 기원하는 제를 올렸다. 그래서 섬 이름이 당사(唐寺)도이다. 수평선을 가린 섬이 없기 때문에 동해안에서와 마찬가지로 장쾌한 일출을 볼 수 있다.
완도는 천혜의 관광지이다. 일몰과 일출 외에도 여행객의 발길을 잡는 곳이 많다. 인근 보길도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고산 윤선도의 유적지로 더 알려졌지만 아름다운 절경이 널린 곳이다. 고산 윤선도의 흔적인 세연정, 동천석실 등은 기본적으로 들러야 할 곳이다.
완도 본섬의 3분의 1 크기의 완도수목원도 들러볼 곳. 우리나라에는 흔치 않은 난대수목원이다. 대부분의 나무들이 상록수여서 다른 계절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완도군청과 군번영회, 소안농협 등은 해넘이와 해맞이 기행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31일에는 화흥포항에서 흥겨운 일몰 잔치를 벌이고 새해 첫날 새벽에 선상일출을 보기 위한 큰 배를 띄운다. 400톤급 청해진카훼리5호를 타고 당사도 앞바다에서 일출을 맞은 뒤 보길도에 들러 아름다운 곳을 둘러보는 일정이다.
서울과 경기 지역은 솔항공여행사(02-2279-5959), 광주와 전남지역은 지구촌여행사(062-223-4416)에 접수하면 참가할 수 있다.
/완도=글·사진 권오현기자 koh@hk.co.kr
가는길
완도로 가는 길은 멀다.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해 광주까지 간 후 나주-강진을 거쳐 해남반도 동쪽의 55번 지방도로를 달리면 해남군 북평면이다. 서해안고속도로로 목포까지 간 후 해남을 거쳐 북평면에 이르는 길도 있다.
북평면의 남창교를 건너면 달도에 들어가고 달도를 관통하면 완도대교를 만난다. 대교를 건너자마자 우회전해 77번 국도를 따라가면 화흥포항이고, 대교에서 직진 13번해 국도를 타면 완도읍에 닿는다. 6시간이 걸린다. 서울과 완도를 연결하는 고속버스는 하루 4차례 왕복한다. 완도버스터미널 (061)552-1500.
먹거리
완도의 먹거리는 뭐니뭐니 해도 해산물이다. 그 중 전복(사진)과 낙지를 으뜸으로 친다. 전복은 주로 회로 먹는다. 손바닥만한 전복을 큼직하게 썰어 손으로 들고 씹어먹어야 제맛이라고. 치아가 부실한 사람은 시도하지 않는 것이 좋다. 낙지는 세발낙지와 꽃낙지가 인기이다. 나무 젓가락에 감아 산채로 먹는다.
완도읍 선착장을 끼고 숙박시설이 많다. 가장 큰 곳은 씨월드관광호텔(061-552-3005)로 55실 규모. 그랑프리모텔(552-2500), 비엔나호텔(554-5448) 등도 30실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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